‘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 급증에 기인한 가계빚 증가는 차주뿐 아니라 금융기관에도 부담이다. 투자 과열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발생한 점을 고려하면, 향후 실물경기가 회복과 함께 자산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커서다. 이 경우 차주는 상환 압박에, 금융기관은 채권 부실화 위험에 내몰린다.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여윳돈으로 자산을 취득했을 때 자산가치가 떨어지면 손실은 발생하겠지만 큰 문제가 없다”며 “반면, 빚으로 자산을 취득하면 자산가치가 대출액보다 하락했을 때 당장 상환 압박에 직면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특히 “주식시장은 과거 잣대로 본다면 현재의 올라와 있는 게 틀림없고, 부동산도 거품이라 단정하긴 어렵지만 최근 급등세를 고려하면 하락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도 자산가치가 급격히 오르면서 발생한 만큼, 우리도 현 상황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과도한 가계대출 규제에는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그는 “자산가치는 변동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자산가치 하락 가능성을 고려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 한도를 규제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본다”며 “그런데 지금은 담보대출을 막고, 추가로 신용대출까지 막았다. 이런 식으로 개인의 선택지를 없애버리는 건 지나친 감이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국가부채도 빠르게 위험수위로 오르고 있다. 2021년 예산안(확정)에 따르면, 올해 국가채무는 956조 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47.3%에 이를 전망이다. 여기에 4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이 편성되고, 세수 회복이 지연돼 추가 추경(세입경정)을 편성하게 되면 올해 국가채무는 1000조 원, GDP 대비 채무비율은 50%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통합재정수지 적자도 100조 원을 넘어서게 된다.
이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흔히 국가채무비율이 200%를 넘는 일본 등과 비교해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이 양호하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우리의 상황이 일본보다 괜찮은 건 아니다”라며 “일본 국민은 금융자산이 70~80%이고 나머지가 실물자산이라 정부가 국채를 발행할 때 국민이 나서서 국채를 매입할 수 있지만, 우리는 정반대라 한국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해 국채를 매입하거나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의 엔화는 국제통화라 재정건전성이 나빠져도 외환위기가 발생할 우려가 크지 않지만, 한국의 원화는 한국에서만 쓸 수 있는 돈이라 재정건전성이 나빠졌을 때 외환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여기에 일본은 연금이나 복지시스템이 이미 구축돼 있어 지출이 안정적이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의무지출 증가 속도가 굉장히 가팔라질 텐데, 이런 상황들을 배제하고 국가채무비율이 일본보다 낮으니 괜찮다는 건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