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빅5' 지난해 실적, 코로나로 갈린 희비 '뚜렷'

입력 2021-02-24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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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ㆍGC녹십자ㆍ종근당 웃고…한미약품ㆍ대웅제약 울고

제약바이오업계가 코로나19 장기화에 지난해 뚜렷한 실적 격차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위기 속에서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성장해 사상 최고 실적을 낸 곳이 있는 반면, 대웅제약과 한미약품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부진한 실적을 받아들어 희비가 교차했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제약업계 매출 상위 5대 제약사로 꼽히는 유한양행과 GC녹십자, 한미약품, 대웅제약, 종근당이 지난해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3분기 누적 기준으로 이미 ‘1조 클럽’에 안착했던 업계 1위 유한양행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성장해 자존심을 지켰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9.4% 증가한 1조 6199억 원, 영업이익은 572.1% 성장한 843억 원을 기록했다.

유한양행의 호실적은 라이선스 수익 덕이다. 지난해 라이선스 수익은 1556억 원으로 집계돼 전년 대비 570%나 성장했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8월 미국 프로세사 파머수티컬사와 기능성 위장관 질환 치료신약 YH12852 물질의 기술이전 계약을 5000억 원 규모로 체결했는데 이에 따른 계약금과 마일스톤이 반영된 것이다.

유한양행은 올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정(레이저티닙메실산염)'의 상용화에 따른 수익을 기대한다. 유한양행은 지난달 렉라자에 대해 국내 31번째 개발 신약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현재 렉라자에 대한 급여 등재를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를 준비 중이고, 하반기에는 국내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한다.

유한양행과 함께 3분기 누적 기준으로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린 GC녹십자는 지난해 주력 사업인 독감 백신 수요 증가로 창사 이래 최고 매출을 썼다. GC녹십자의 연결 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10.8% 증가한 1조 5041억 원, 영업이익은 20.6% 상승한 503억 원으로 집계됐다. 당기순이익은 전년 –113억 원에서 지난해 893억 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코로나19와 독감의 '트윈데믹' 우려에 따라 지난해 독감백신 접종률이 크게 증가한 덕분이다. 또 독감백신은 재고가 발생하면 제조사가 비용처리를 하는데 지난해는 폐기 물량이 전년 대비 감소해 영업이익 개선이 이뤄졌다.

회사 측은 “주력 백신 사업의 내수 및 해외 실적이 모두 견고하게 성장했고, 연결 종속회사들도 주력 사업을 키우면서 실적 호조가 이어졌다”라며 역대 최고 실적을 이룬 배경을 설명했다.

2019년 창사 이래 최초로 ‘1조 클럽’에 가입한 종근당은 지난해에도 1조 매출을 훌쩍 넘겼다. 종근당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20.7% 성장한 1조 3030억 원, 영업이익은 66.2% 증가한 1239억 원을 기록했다.

만성질환 중심의 전문의약품(ETC) 매출 확대로 코로나19 장기화에도 견조한 실적을 이어갔다. 폐렴구균백신 ‘프리베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 등 기존 제품뿐 아니라 비만치료제 ‘큐시미아’, 남성호르몬결핍 치료제 ‘네비도’ 등 신규제품의 매출이 고루 증가했다.

특히 케이캡은 지난해 전년 대비 120% 성장한 719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코로나19 반사이익으로 폐렴구균 백신 수요가 증가해 프리베나 백신은 지난해 전년 대비 178 성장한 738억 원을 기록했다.

종근당은 코로나19 치료제 ‘나파벨탄’이 러시아에서 진행한 임상 2상 결과를 바탕으로 이달 중 조건부 허가를 신청할 계획인 만큼 관련 '국산 2호' 코로나19 치료제 출시를 앞두고 있다.

상위 5대 제약사 가운데 한미약품과 대웅제약은 실적이 뒷걸음질쳤다. 한미약품은 코로나19 여파와 기술수출 신약의 권리반환으로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3.4% 줄어든 1조 759억 원, 영업이익은 53.1% 감소한 487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70.5% 빠진 188억 원에 그쳤다.

한미약품은 독자 개발한 주요 개량ㆍ복합 신약들의 지속적인 성장으로 국내 원외처방 매출 부문 등에서 호실적을 달성했으나, 해외수출 및 북경한미약품 등에서 코로나19 영향을 받았다.

한미약품은 아모잘탄패밀리 1165억 원, 로수젯 991억 원, 에소메졸 406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비뇨기 품목 12종의 매출이 1000억 원을 돌파했다. 이를 토대로 3년 연속 국내 원외처방 시장 매출 1위를 달성했다. 다만 지난해 3분기 사노피에 기술수출한 신약 권리반환에 따른 공동연구비 잔액 일괄정산으로 영업이익 등 지표가 전년과 비교해 감소했다.

다만 한미약품은 올해 신약 2종 출시를 앞둔 만큼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홍가혜 KB증권 애널리스트는 “호중구감소증 치료제인 ‘롤론티스’와 경구용 항암신약 ‘오락솔’ 등 신약 2종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시판 허가를 받을 전망인 만큼 상용화에 따른 로열티, 마일스톤 수령으로 실적 성장을 거둘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대웅제약도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역성장했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5.2% 줄어든 1조 554억 원, 영업이익은 62% 하락한 170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12.7% 줄어든 252억 원에 그쳤다.

대웅제약의 아쉬운 실적은 2016년부터 이어온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를 둘러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 비용과 알비스 판매금지 조치로 인한 매출 공백 등 비경상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결과다.

다만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 매출이 지난해 전년 대비 13% 증가한 504억 원을 기록했고, 전문의약품(ETC)은 라니티딘 잠정 판매 중지로 알비스 매출이 완전히 제외됐지만, 전년 대비 매출이 0.1% 감소에 그친 7094억 원으로 집계됐다. 또 일반의약품(OTC)은 고함량 비타민B 복합제 임팩타민 매출 확대에 따라 전년도보다 소폭 성장한 1133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대웅제약은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를 둘러싼 메디톡스와의 갈등에서 미국 파트너사인 에볼루스ㆍ메디톡스ㆍ엘러간이 3자간 합의를 이룬 만큼 소송비용 감소로 올해 실적 성장이 전망된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합의에 대웅제약은 빠졌지만, 3자간 합의로 미국과 유럽에서 나보타 판매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돼 나보타의 수출이 본격화하고, 소송비용 감소로 실적 개선이 전망된다. 또 코로나19 치료제 후보가 임상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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