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84명으로 추락했다. 베이비붐세대의 자녀세대인 에코세대(1979~1992년생)의 맏이가 40대에 진입하면서 반등을 노릴 ‘마지막 기회’도 저물고 있다.
2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전년보다 0.08명 줄었다. 기존 비혼·만혼 추세에 따른 출생아 수 감소에 더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제위기로 출산을 포기한 가구가 늘어서다. 추세적으로 혼인 연령과 첫째아를 낳는 시기는 늦춰지고, 둘째아 이상 출산은 줄고 있다. 코로나19 위기는 이런 추세에 불을 붙이는 기름이 됐다.
문제는 올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등으로 지난해 혼인 건수는 23만9200건으로 전년보다 2만5600명(10.7%) 줄었다. 2018년 –2.8%, 2019년 –7.2%에서 감소세가 더 가팔라졌다. 혼인 건수 감소는 1~2년 뒤 출생아 수 감소로 이어진다. 지난해의 경우, 전체 출생아 수 27만2400명 중 33.9%(9만300명)는 결혼 2년 이내 출생이었다. 2018~2019년 합산 혼인 건수의 18.1% 수준이다. 산술적으로 지난해 혼인 건수 2만5600명 감소는 올해와 내년 출생아 수를 4600명 줄이게 된다. 여기에 코로나19 이후 경제회복이 지연되면 생계난을 이유로 한 소상공인·자영업자,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의 출산계획 지연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활동 중인 정대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올해 상황은 코로나19 추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며 “자영업자나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은 경제적인 어려움이 예상되면 임신·출산 등 추가적인 비용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제회복 여부에 따라 통계적으로는 단기적인 반등도 가능하다. 코로나19 확산이 끝나 경제활동이 정상화하고 취약계층의 생계난이 해소되면 지난해 미뤄진 혼인과 임신·출산이 올해 재개되면서 출생아 수와 합계출산율이 소폭 증가할 수 있다. 혼임과 임신·출산 이연에 따른 기저효과다. 다만 기조적인 비혼·만혼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반등세는 유지가 어렵다.
정 교수는 “지난해와 올해에는 코로나19란 특수성이 있어서 ‘코로나 때문에’란 핑계를 댈 수 있겠지만, 추세적으로 비혼·만혼은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심각한 수준”이라며 “혼인·출산이 단순히 미뤄진 것이라면 언젠가는 회복되겠지만, 미뤄진 게 아니라 청년들의 결혼 의사가 없는 것이라면 코로나나 경제 상황과 관계없이 저출산은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20대 여성의 결혼 의사가 20% 수준인데, 핵심은 사회적 분위기나 청년들의 가치관, 사고방식 등을 기성세대가 받아들이지 못해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들지 못하는 것”이라며 “일시적으로 출생아가 증가할 수는 있겠지만, 그게 반등이라고 평가할 만한 수준이 되려면 비혼·만혼과 같은 사회적 분위기나 추세에 확실한 변화가 생겨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