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형 조선사와 중형 조선사 간 양극화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중형 조선사들이 작년과 달리 연초부터 수주 릴레이를 이어가고 있지만, 대형 조선사 수주 건수와 비교했을 때 턱없이 적다.
중형 조선사의 경쟁력이 강화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뿐만 아니라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업계는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
15일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와 조선업계 등에 따르면 ‘조선 빅3’(현대중공업그룹,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를 제외한 우리나라 중형 조선사들은 현재까지 11척의 선박을 수주했다.
지난해 전체 수주 건수(18척)의 절반이 넘는다.
대한조선이 가장 많은 6척을 수주했다. 대선조선과 한진중공업은 각각 4척과 1척을 수주했다.
중형 조선사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다.
그 여파로 한진중공업은 2019년에 이어 작년에도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대선조선은 한때 직원들의 임금을 절반만 지급했다.
중형 조선사들이 부진을 일찍 털어낸 것은 글로벌 선박 발주 시장이 살아난 데 따른 결과다.
영국 조선ㆍ해운 시황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2월 글로벌 선박 발주량은 전년 동기 대비 83% 상승한 482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이다.
주목할 만한 성과에도 대형 조선사와의 격차는 상당하다.
이날까지 현대중공업그룹(56척), 대우조선해양(16척), 삼성중공업(19척) 등 조선 3사가 수주한 선박은 91척이다. 중형 조선사 수주 건수보다 8배 이상 많다.
조선사 간 양극화는 최근 선박 발주 흐름과 연관 있다. 선주들은 주요 국가들의 환경 규제에 대응하고자 친환경 기술이 적용된 선박을 주문하고 있다.
여기에다가 경기 회복에 따른 물동량 증가로 대형 컨테이너선 수요는 예년보다 증가했다.
대형 선박 등 고부가가치 선박은 기술력이 부족한 중형 조선사들이 건조하기에 역부족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형 선박 시장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다”라며 “우리나라 중형 조선사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부닥쳤다”고 말했다.
중형 조선사들의 경영 불확실성도 양극화에 영향을 미쳤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형 조선사들은 잇따른 악재로 차별화된 기술력을 제때 확보하지 못했다.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형 조선사에 대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업계는 지적하고 있다.
정미경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2018년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의 조선소 지원방안에서 전체 예산(7조 원) 중 2025년까지 중형 조선업에 유입 가능한 지원액은 4000억 원에 불과하다.
자체적인 체질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형 조선사들과 달리 일부 선박에 대한 전문성을 극대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선조선은 이미 스테인리스 탱커선과 연안여객선 등 중소형 선박 틈새시장에 진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