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면접에서 ‘성차별적 질문’을 한 것이 알려져 곤혹을 치르고 있는 동아제약이 홈페이지에 공식 사과문을 게시했다.
동아제약은 논란이 일어난 지 보름 만인 22일 자사 홈페이지에 최호진 대표 명의의 사과문을 게재했다. 면접에서 나온 질문이 ‘성차별적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질문’이 아니라 ‘성차별 질문’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사과문을 게시해달라는 피해자의 요구에 따른 셈이다.
동아제약은 지난해 11월 채용과정에서 당시 인사팀장이 여성 지원자에게 군필자 가산제에 대한 견해를 물은 것이 “‘특정 성별에만 유리하거나 불리한 주제에 대해 토론하거나 질문하지 않는다’는 여성가족부와 고용노동부의 ‘성평등 채용 안내서’ 기준을 위반한 질문”이었다고 인정했다.
동아제약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으신 지원자와 어려운 취업환경에 큰 허탈감을 느꼈을 청년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전한다”면서 “성평등 관련 제도와 원칙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실천하는 과정에서 회사의 관리·감독이 철저하지 못한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도를 갖추는 것뿐 아니라, 잘 지켜지도록 프로세스를 잘 만드는 것이 중요한지 깨달았다. 특히 제도를 관리·감독하는 부서의 수장이 관여된 경우 문제 파악이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회사의 잘못임을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라 “채용시스템과 절차를 재점검하고, 성평등에 관한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현재 운영 중인 인권 위원회를 강화하며, 채용 이후에도 성평등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배치·승진·임금·교육 기회 등의 프로세스를 다시 점검하겠다”는 대책을 제시했다.
동아제약 성차별 면접 논란은 지난 5일 최호진 대표가 출연한 유튜브 예능 프로그램 ‘네고왕2’에 한 댓글이 달리면서 시작됐다.
글쓴이는 “면접 볼 때 인사팀 팀장이 유일한 여자 면접자였던 내게 ‘여자들은 군대 안 가니 남자보다 월급 적게 받는 것에 동의하냐’고 물었다”고 주장했고, 해당 댓글을 목격한 이들은 ‘동아제약 인사팀장의 성 차별적 면접 질문’에 분노했다.
이후 동아제약은 “면접 과정에서 면접관 1명이 지원자에게 면접 매뉴얼을 벗어나 지원자를 불쾌하게 한 것을 확인했다”며 “지원자에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고객들께 심려를 끼쳐 사과드린다”고 사과했지만, 논란은 사그러들지 않고 오히려 확산했다.
이에 따라 채용 면접에서 성차별 질문을 받았던 피해 당사자는 3월 8일 자신의 블로그 플랫폼 브런치를 통해 동아제약에 ‘제대로 된’, 그리고 ‘진정성 있는’ 사과문을 요구했었다.
그는 최호진 대표의 사과문이 게재된 이후 22일 오후 “이번 사과문도 할 말은 많지만, 굳이 하지는 않겠다”면서 “화해의 의미로 최호진 사장님께 제가 동아제약 면접을 보던 날인 2020년 11월 16일 ‘타임지 100권’에 선정된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보낸다. 꼭 한 번 읽어보시고 다 읽으시면 인사팀장에게도 빌려주시면 좋겠다”고 반응했다.
그러면서 “잘못을 한 쪽의 사과가 동아제약의 과오에 대한 면책을 의미하지는 않으므로, 사과를 받는 것과는 별개로 고용노동부의 조사는 받아야 하고, 잘못된 행동에 대해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하며,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동아제약은 성차별적 질문을 한 당사자인 인사팀장에 대해 지난 9일 직책 해임과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처분을 내린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