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블룸버그는 “씨티그룹이 한국·태국· 필리핀·호주를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리테일(소매금융·retail) 사업을 처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4분기 한국이 포함된 씨티그룹 아시아·태평양 리테일 부문 수익은 약 1조7160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 줄었다. 씨티그룹은 “지난 1월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신임 최고경영자(CEO)가 밝힌 대로 사업별 연계성과 상호적합성에 대해 냉정하고 철저하게 전략적인 검토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프레이저 CEO는 브라질·아르헨티나·콜롬비아에서 리테일과 신용카드 사업 부문을 매각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구조조정 전문가다. 당장 한국 시장의 리테일 부분을 접지는 않겠지만, 철수를 포함한 다양한 방법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국씨티은행 측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고 선을 그었다.
2015년 이후 씨티은행 한국 철수설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2015년 씨티그룹은 한국 리테일 사업부문 몸집을 줄이기로 하면서 한국씨티은행 자회사인 씨티캐피탈을 매각했다. 2년 뒤인 2017년에는 당시 133개였던 점포를 44개로 대폭 줄이기도 했다. 한국씨티은행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순이익은 1878억 원으로 2018년 3074억 원에 비해 38.9% 줄었다. 부분별로는 최근 철수설이 나도는 개인·소매 금융 부문의 실적이 가장 저조했다. 개인·소매 금융의 순이익은 2018년 720억 원에서 2019년 365억 원, 2020년 148억 원으로 해마다 반토막 났다.
외국계 금융회사가 한국시장에서 철수하는 엑소더스 현상이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010년대 후반에 바클레이스, HSBC 등 글로벌 금융사가 한국시장에서 대거 철수했다. 당시 우리 금융당국의 고질적 금융규제가 원인으로 지목됐는데 이후에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외국계 금융회사의 국내 진입과 국내 금융사의 해외진출 실적을 합한 ‘국내외 금융사 진출입 실적’에 따르면 2015년 48개, 2017년 37개, 지난해 24개로 갈수록 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