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열기는 전통 자산시장 뛰어넘어
경제 회복이 견고하지 않은 상황에서 가격 올라
기존 버블 때와 가장 큰 차이
실제로 미국에서 건축 자재용 목재 가격은 올해 들어 57.2% 올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택 판매가 늘어나자 건축 자재 수요와 가격도 덩달아 오르는 것이다. 미국 주택 판매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지기 전인 2006년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뉴욕증시 벤치마크인 S&P500지수와 다우지수는 올해 들어서만 23번째, 21번째 자체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프랑스와 호주 등 주요국 증시 벤치마크도 올해 고공행진 중이다.
벤처캐피탈(VC) 시장도 넘치는 유동성에 스타트업은 ‘부르는 게 값’이 되고 있다. WSJ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스타트업의 투자명단에 오르기 위해 기업이 요구하는 금액의 5배에 달하는 자금을 대고 있다. 올해 1분기 미국 스타트업은 690억 달러(약 77조 원)로 사상 최대 자금 조달을 기록했다.
가상화폐 시장 열기는 전통 자산시장을 뛰어넘어선 상황이다. 가상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 가격은 최근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는 있으나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6만 달러를 돌파한 후 여전히 5만 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고, 도지코인은 개인투자자의 매수세에 힘입어 최근 신고점을 터치하기도 했다.
자산운용사 GMO의 제레미 그랜섬 공동 설립자는 “지금 현 상황은 이제까지 경험한 버블과 매우 다르다”면서 “이전 거품은 경제 상황이 거의 완벽해 보일 때 발생했는데 지금은 경제 상황이 타격을 받고 나서 그 회복이 아직 견고하지 않았는데 나타났다는 점에서 상당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랜섬은 1980년 일본 거품경제, 2000년 닷컴 버블, 2008년 주택시장 버블을 정확하게 예측한 인물로 유명하다.
물론 이러한 우려와 달리 시장의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23년까지 제로금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조 바이든 행정부가 계속 천문학적인 경기부양책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국채 수익률 상승으로 휘청였던 대형 기술주가 예년에 비해 밸류에이션이 낮아 상승 여력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넷플릭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현재 62배 수준인데 이는 10년간 평균치인 195배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아마존도 PER가 79배인데 이는 5년 평균인 175배에 한참 못 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