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반대했던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에 대한 삼성 측의 대응방안 보고서를 만든 작성자가 "지시한 주체가 기억나지 않는다"고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재판장 박정제 부장판사)는 3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의 4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은 지난 3차 공판기일에 이어 검찰이 이 부회장의 승계 계획안으로 지목한 ‘프로젝트G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전 삼성증권 직원 한모 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한 씨는 삼성증권에 근무할 당시 삼성미래전략실과 함께 이 부회장 등 총수 일가의 그룹 지배력 약화 가능성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 지배구조에 관해 자문했고 이 과정에서 프로젝트G 보고서 작성에도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이날 한 씨가 삼성증권 근무 당시 작성한 문건 중 엘리엇 대응 방안 등의 보고서와 관련해 집중적으로 신문했다. 검찰은 당시 삼성물산 주식을 가진 엘리엇이 우호 주주들을 모으려고 하자 이 부회장이 직접 미전실 등과 대응 전략을 모색한 것으로 봤다.
검찰은 “엘리엇 대응 방안 보고서 작성을 지시한 주체가 누구냐”, “누구에게 보고했고 누구와 논의했냐”를 재차 물었지만 한 씨는 대부분 “구체적으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다만 한 씨는 “엘리엇이라는 주주사가 굉장히 유명한 헤지펀드였고 이런 성격을 봤을 때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주주라고 생각해 전체적인 내용을 정리한 것 같다”면서 “특정 이슈를 제기할 수 있는 주주라고 생각해 여러 사람과 논의했고 그 중 미전실도 있었지만 작성을 요청한 주체는 생각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후엔 이재용 측 변호인의 반대신문이 진행됐다. 변호인은 검찰이 집중적으로 질문했던 문건들이 삼성증권에서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일반적인 자문의 일부였다는 것을 입증하는 데 주력했다.
변호인은 “삼성증권 고객인 삼성 기업 집단에 사전 자문을 제공하고 실제 관련 거래가 진행될 경우 자문 계약을 체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던 것 아니냐”고 질문했다.
한 씨는 “제가 맡은 업무는 자문 기회가 생기면 자문을 드리고 합당한 수수료를 받는 것이 기본적인 사업모델”이라면서 “실제로 거래가 이뤄지면 수수료를 받게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답했다.
앞서 한 씨는 지난 공판에서 프로젝트G를 작성한 이유를 "대주주의 그룹 지분율을 높이려는 차원이 아니라 전반적인 지배구조를 개선함으로써 회사가 발전하는 방향으로 준비하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 측은 삼성물산 합병 등은 경영상 판단에 따른 결정이었고 결론적으로는 합병으로 순환출자 구조가 단순화돼 경영권 안정화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