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서유럽 폭우·북미엔 폭염…‘지구온난화’가 부른 기후 참사

입력 2021-07-19 17:04 수정 2021-07-19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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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벨기에 집중호우 강타…사망자 180명 넘어
美서부 100년 만의 폭염…산불 커지며 대형 불구름
세계 각국 온실가스 감축안 마련하고 나섰지만
기후위기 막기엔 역부족…더 강력한 탄소 감축안 필요

▲15일(현지시각) 독일 라인란트팔츠주(州) 코르델 지방 인근 킬 강의 수위가 높아지면서 범람해 지역 기차역이 물에 잠겨 있다. (코르델=AP/뉴시스)
▲15일(현지시각) 독일 라인란트팔츠주(州) 코르델 지방 인근 킬 강의 수위가 높아지면서 범람해 지역 기차역이 물에 잠겨 있다. (코르델=AP/뉴시스)

전 세계 곳곳이 ‘이상기후’ 몸살을 앓고 있다. 독일·벨기에·네덜란드 등 서유럽에서 100년 만의 폭우가 쏟아지는가 하면 캐나다·미국 등 북미 지역에서는 한 달 넘게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기상학자들은 이 같은 기상이변의 원인으로 ‘지구온난화’를 지목하고 있다.

서유럽에 100년 만의 폭우…사망자 200명 육박

지난 14∼15일(현지시각 기준) 양일간 독일 서부·벨기에·네덜란드 접경지에는 평균 강우량의 두 달 치에 달하는 비가 한꺼번에 쏟아졌다. 이 지역에서는 24시간 동안 100∼150㎜의 전례 없는 ‘물폭탄’이 쏟아졌다.

독일 서부 쾰른에서도 154㎜의 집중호우가 발생했다. 이는 7월 전체 평균(87㎜) 강수량의 두 배 수준이다. 특히 국지적인 폭우에 갑작스레 불어난 물의 양을 감당하지 못한 여러 강과 저수지가 범람하면서 피해를 키웠다.

이처럼 서유럽을 강타한 폭우에 최소 183명이 사망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독일에서만 최소 156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가 가장 극심한 서부 라인란트팔츠주(州)에서만 현재까지 110명이 사망하고 67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인접 국가인 벨기에에서도 27명이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각국 정부는 아직 상당수 시민이 연락이 닿지 않아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지난 6일(현지시각) 미국 오리건주(州)에서 시작한 ‘부트레그’ 산불이 2주일 넘게 이어지면서 연기와 잿가루가 섞여 10㎞ 높이에 달하는 대형 불구름이 형성됐다. (A/연합뉴스)
▲지난 6일(현지시각) 미국 오리건주(州)에서 시작한 ‘부트레그’ 산불이 2주일 넘게 이어지면서 연기와 잿가루가 섞여 10㎞ 높이에 달하는 대형 불구름이 형성됐다. (A/연합뉴스)

미국·캐나다 서부서 기록적 폭염·산불 한 달 넘게 이어져

반면, 미국 북서부와 캐나다에서는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고온 건조한 날씨 탓에 산불까지 번지며 피해가 커지고 있다.

AP 통신은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리턴의 기온이 지난달 30일 49.6℃까지 치솟는 등 연일 불볕더위가 이어져 수백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데스벨리에서는 이달 11일 54.4℃ 기온을 기록했다. 특히 여름에도 시원한 날씨를 보이던 오리건과 워싱턴주에서도 유례없는 폭염에 수십여 명의 사망자가 속출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오리건에서 시작된 산불은 바람을 타고 미국 서부 12개 주는 물론 캐나다 서부 지역까지 태우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대형 산불 ‘부트레그’의 연기와 잿가루가 섞여 대형 불구름(화재적운·pyrocumulus cloud)이 10㎞ 높이에 달하는 규모로 형성됐다고 보도했다. ‘부트레그’ 산불은 2주일 넘게 이어지며 뉴욕시 면적보다 넓은 976㎢를 태운 것으로 전해졌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이후 지구온난화로 인한 대규모 참사” 경고

기후 전문가들은 “세계적으로 폭우·폭염 빈도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이미 기후변화의 한가운데 서 있다”고 경고한다.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는 “기후변화로 인해 모든 기상학적 현상들이 더 극단적으로 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물론 대비는 이뤄지고 있다. 지난 4월 기후정상회의에서 미국은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05년 대비 50~52% 감축하겠다고 발표했고, EU는 지난달 28일 2050년 탄소중립을 법으로 명시한 기후기본법을 제정했다. 또 후속조치로 2035년 내연기관 차량 판매를 중단하고 탄소국경세를 도입하는 입법 패키지인 ‘핏 포 55(Fit for 55)’도 발표했다.

올해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에서는 기후변화 대응방안 논의와 함께 세계 각국에서 온실가스 감축 방안을 제출하며 기상이변에 대응해 나갈 방침이다.

하지만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AFP 통신은 유엔이 작성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 초안을 인용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대규모 참사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지구의 평균 기온이 지금보다 0.4℃ 상승하면 전 인구의 14%가 5년마다 최소 한 차례 이상 극심한 폭염에 노출될 것으로 추정했다.

과학자들은 “지구 기온이 현재보다 1.5℃ 더 오르면 인류가 손을 쓸 수 없는 대재앙이 닥칠 수 있다”면서 “지구온난화를 먼 미래가 아닌 현재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기후위기 대응 방안이 당장 우리가 처한 위기를 막아내기엔 역부족이라며 더 강력한 탄소 감축 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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