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분야에 있어서뿐만이 아니다. 외교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회의장에 방문한 상대국 것이 아닌 엉뚱한 국기를 걸어 놓는다든지, 우리가 마련한 화상회의 배경화면에 평양이 뜨게 하는 등 계속되는 실수를 보여주고 있다.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계속될까? 그것은 바로 군을 포함한 정부 전반의 업무기강(discipline)이 해이해진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다. 정부의 일은 어느 분야든 이른바 독점(monopoly)이다.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특정 부처 외에 경쟁자가 없다는 말이다. 경쟁자가 없으므로 공적 서비스를 대충 공급하든지 형편없는 질의 서비스를 공급해도 손해볼 일이 없다. 연금으로 퇴직 후 생활을 보장해주는 한편으로 공직자에게 청렴, 국가에 대한 헌신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적폐청산 또는 쇄신이라고 하며 이전 정부에서 있었던 일과 담당자에 대한 처벌이 계속되는 것을 보아 왔다. 이 과정에서 신정부는 정권 창출에 기여했던 사람들을 각 부처의 수장으로 앉히고 또 일을 벌인다. 이후 정권이 바뀌면 이들은 쇄신의 대상이 되는 악순환을 반복한다. 이런 일이 계속되는 경우 직업공무원들의 최적의 반응은 복지부동(伏地不動)이 된다. 공무원들이 소신을 갖고 일하다가는 현 정권에서 한직으로 물러나고, 반대로 현 정권이 추진하는 일에 열심을 내는 경우 다음 기에 적폐로 몰리기 때문이다. 결국 공무원들은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기보다 대충 무리없이 지내게 되고 공무원에 대한 국민들의 존중은 사라지게 된다. 이것이 요즈음 우리가 보고 있는 현상이다.
경제와 사회환경의 급속한 변화로 직업의 안정성이 떨어지면서 안정적 직업인 공직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1970년대 대학에서는 상상도 못하였던 수준으로 대학생들이 공직에 몰리고 있다. 공직에 대한 높은 수준의 지원은 우수한 인재를 확보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점에서 작금의 문제는 인적 자원의 충원 문제가 아닌 공직 배치 후 업무환경 문제임을 알 수 있다. 공직의 안정성이라는 인센티브에 상응하는 책임의 부여는 직업환경으로 그 방향이 결정되어야 한다. 공무원이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정책 시행에 대한 청와대, 여당 등 정치권의 관여를 금하고, 국가를 지속적이며 안정성 있게 운영하는 소신 있는 공직자를 배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이념에 맞는 사람, 선거에 기여한 인물 중심의 회전문 인사로 다음에 적폐 대상이 되는 또 다른 악순환을 반복하지 않도록 대통령 선거에 도전하는 분들이 참고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