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집값 떨어진다"고 외치는 '양치기 정부'

입력 2021-08-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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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다들 집을 무리하게 구매하고 있어도 앞으로 2~3년 후에는 집값이 내릴 수 있다. 무리하게 대출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에 나선다면 나중에 집을 처분해야 할 시점에 자산가격 재조정이 일어나 힘든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 투자에 신중해 달라."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노 장관은 현재 집값이 고점이라고 경고하며 지금 집을 사지 말 것을 권고했다. 당시 노 장관의 이런 주장을 담은 기사는 각종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공유됐다. 네티즌들은 노 장관의 주장에 "부동산 정책 수장이 전문가들 이야기는 귀 기울이지 않나 봐",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이러니 양치기 소년 소리를 듣지", "정부가 집값 떨어진다고 할 때가 집값이 오를 때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이 당시 올 하반기 부동산시장 전망 기사가 각종 언론을 통해 쏟아졌다.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올해 하반기에도 집값 상승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상황을 빗대 단기간 내로 집값이 하락할 요인이 없다고 분석했다. 이는 정부의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 하반기 진행되는 사전청약 물량 확대와 경기 남양주시 군부대 이전을 통한 3200가구 추가 조성 등 공급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시장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사실상 수요자가 바라는 형태의 주택 공급이 부족한 데다 사전청약 역시 입주가 언제쯤 이뤄질지 기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사람이 사전청약을 통한 '청약 난민'으로의 피해를 겪었거나, 언론을 통해 소식을 접했다. 이번 사전청약 역시 토지 보상에 진척이 크게 없는 상황에서 자칫 청약 난민만 무수히 양산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단순히 공급 물량만 늘리겠다고 발표하며 집값 잡기에만 서두를 뿐, 향후 피해에 대한 책임은 다음 정부로 넘기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시장은 정부의 집값 고점론에도 끄떡하지 않고 있다. 집값은 연일 오르고 있으며 추가 상승을 기대한 집주인들은 내놨던 매물마저 거둬들이고 있다. 매물 절벽이 이어지면서 '오늘이 가장 쌀 때'라는 목소리와 함께 패닉 바잉(공황구매)도 멈추지 않고 있다.

최근 한 부동산 전문가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집값을 잡고 싶어도 이젠 방법이 없는 것 같다. 기껏해야 언론을 통해 계속 집값 떨어진다는 시그널을 보내지만, 정부에 대한 신뢰가 없는데 누가 그 말을 믿고 대처하겠나"라며 "지금 정부는 이미 '양치기 소년'으로 전락했다. 다들 다음 정부가 들어서야 집값을 안정화할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문재인 정부 임기도 1년이 채 남지 않았다. 현 정부에서의 부동산 정책은 실패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래도 다음 정부가 제대로 된 부동산 정책을 내놓을 수 있도록 마무리는 아름답게 해야 하지 않을까. 지금처럼 시장을 옥죄고 집값 급등을 '추격 매수', '투기 심리' 등 국민 탓으로만 돌릴 게 아니라 시장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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