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범<사진>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빅테크 기업의 과도한 시장 지배력 확대에 대해 ‘공정한 해결’을 강조했다. 카카오뱅크가 금융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메기’를 넘어 금융회사를 잠식하는 ‘상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카뱅이 은행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 크지 않다는 점 등을 들어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면서도 “일반은행 간 규제 차이로 불합리한 영향이 발생하는지 지속해서 살피겠다”고 말했다.
고 후보자는 25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서에서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그는 금융시장에서 빅테크의 지배력 확대로 독점 폐해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빅테크의 금융산업 진출은 금융산업의 디지털 혁신을 촉진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이것이 제대로 발현되려면 △기존 규제와의 규제 상충·공백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빅테크의 과도한 시장 지배력 확대 등의 이슈를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해결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또 인터넷은행에 대해 “현재까지 3곳이 설립돼 금융의 혁신과 경쟁을 촉진하는 데 기여했다”며 “다만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공급을 활성화하는 것은 당초 계획 대비 미흡하다는 평가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설립 취지에 맞게 중·저신용자에 대한 신용공급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살펴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고 후보자는 가상자산(가상화폐)과 관련해 자산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그는 “가상자산의 성격, 화폐로서의 가능성 등에 대해서는 국제 사회도 아직까지 명확한 개념 정립은 되지 않은 상황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G20(주요 20개국),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와 상당수 전문가는 가상자산은 금융자산으로 보기 어렵고, 화폐로서도 기능하기 곤란하다고 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고 후보자의 발언이 어떤 후폭풍을 가져올지도 관심사다. 현 은성수 위원장은 젊은 층이 상환능력을 벗어나는 빚을 내 코인 투자에 뛰어드는 현상에 대해 ‘잘못된 길’이라고 표현했다가 십자포화를 맞기도 했다.
가상거래소의 신고 수리 기간은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도 드러냈다. 고 후보자는 “신고 기간 연장은 국회 결정사항인 만큼 필요시 실익과 문제점을 신중히 고려해 논의되기를 바란다”며 “다만 법률에 따라 충분한 신고 기간이 주어졌던 만큼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고 미신고 사업자 정리 지연에 따른 추가 피해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가급적 당초 일정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금법에 따르면 원화 입출금을 지원하는 가상화폐 거래소는 다음달 24일까지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과 실명 확인 입출금 계정(실명 계좌) 등 요건을 갖춰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신고 수리까지 마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