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꺼진 명동]10곳 중 4곳 공실...明 대신 暗만 남아

입력 2021-09-01 05:00 수정 2021-09-01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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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여년 동안 서울의 문화와 소비 중심지 역할을 해온 명동에 불이 꺼지고 있다.

전세계 경제를 암흑으로 밀어넣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대한민국 곳곳이 신음하고 있지만 명동의 면역력은 유독 약했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한 데다 이를 회복할 새도 없이 번진 코로나 바이러스로 명동은 그야말로 만신창이가 됐다.

이투데이가 8월 24~25일 명동 메인 거리에 위치한 건물 공실률을 전수 조사한 결과 81개 빌딩 내 255개 점포 가운데 106곳이 비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실률은 41.6%로 10곳 중 4곳이 문을 닫은 셈이다. 간판이나 집기를 그대로 둔 채 영업을 중단한 휴업 점포도 9곳이었다. 휴업 점포는 임대료를 부담하며 매장 문을 다시 열 때를 기다리고 있지만 대부분 조만간 공실이 될 가능성이 높다. 명동역 4번 출구부터 을지로 입구역(명동역~을지로입구역, 564m)까지 직선으로 이어진 명동의 메인거리는 한 낮임에도 문을 닫은 가게들이 즐비해 을씨년스럽기만 했다.

명동 점포 가운데 특히 화장품 매장의 폐업이 많았다. 공실이 된 화장품 매장은 명동 전체 화장품 매장의 58.6%로 절반 이상이 문을 닫았다. 오피스 공실률도 47.1%에 달했다. 상대적으로 업종별 부침이 적은 것으로 분류되는 커피전문점도 36.4%가 문을 닫았다. 환전소와 부동산, 학원 등 기타 점포들도 10곳 중 6곳의 불이 꺼졌다.

건물 전체가 공실이 된 사례도 많았다. 명동거리의 건물 81개 중 44개는 단일브랜드가 건물 전체를 임대해 사용하는 일명 ‘통건물’이었지만 이 중 17개(38.6%)가 공실이었다. 화장품 매장은 19개가 통건물을 사용했지만 11개(57.9%)가 사라졌다.

사무실로 사용되는 오피스들도 절반 이상이 비었다. 명동의 사무실들이 대부분 관광이나 여행업과 관련된 중소기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사드와 코로나19로 인한 폐업이 그만큼 심각했단 반증이다. 오피스는 41개 중에 24개가 공실이었다.

명동의 불이 꺼지면서 임대료 거품도 꺼졌다. 빈 점포와 오피스가 넘쳐난 결과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명동 상권 중대형 상가(3층 이상, 연면적 330㎡ 초과) 기준 1㎡당 임대료는 20만 8000원으로 지난해 1분기 코로나19 확산 초기 대비 30% 가량 줄었다. 명동 상가 임대료는 △2020년 2분기 29만 700원 △3분기 28만 5800원 △4분기 27만 1700원 △2021년 1분기 22만5000원 등 코로나 이후 5분기 연속 하락했다.

때마침 비가 내리던 명동 거리는 명동의 현재를 대변하는 듯했다. 상인들이 떠난 자리는 과거의 영광 대신 방치된 상가가 흉터처럼 곳곳에 남아 있었다. 이제 명동(明洞)엔 명(明)대신 암(暗)만 남았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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