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발표한 가운데 원자력 발전을 비롯한 기존 에너지원을 적절히 활용해 점진적이고 질서 있는 에너지전환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7일 오후 2시 전경련회관 콘퍼런스센터에서 ‘2050 탄소중립을 위한 합리적 에너지정책 방향’ 세미나를 열었다고 밝혔다.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은 인사말에서 "주요 선진국은 탄소중립 달성에 최대 60년의 세월이 있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32년에 불과하다"며 "산업구조도 서비스업 위주인 선진국에 비해 제조업 비중이 높아 탄소 감축에 불리하고, 신재생에너지 자원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50년까지 무탄소 전원인 원자력 발전 비중을 현재의 1/5 수준으로 축소하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70%로 높이는 정부의 계획은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며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분석에 기반을 둬 탄소중립과 에너지정책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을 지낸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질서 있는 탄소중립 에너지전환’이라는 제목의 주제발표에서 "에너지전환은 한 세기가 꼬박 걸리는 초장기 과제이므로 절대 조급해서는 안 된다"며 "재생에너지의 점진적 확대는 필요하지만 원자력 발전의 계속 운전을 통해 적정 비중을 유지하고 LNG 발전 역시 에너지전환의 가교 구실과 유연성 전원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서는 석탄화력발전을 배제했는데, 이보다는 이산화탄소 포집ㆍ저장 기술(CCUS)과 결합해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현재 사실상 독점 상태인 전력시장을 자유화하여 수요관리의 효율성을 높여 새로운 에너지 시장을 육성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주제발표는 ‘탄소중립 시대 전원믹스 구성 방안과 과제’라는 제목으로 노동석 서울대원자력정책센터 연구위원이 발표했다. 노 연구위원은 "신재생에너지 확대에는 필연적으로 막대한 계통 연결비용과 설비비용이 소요된다"며 "시나리오 분석에 따르면 2050년까지 탈원전 정책을 유지하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80%까지 높이면 전기요금은 지금보다 약 120% 인상되고 계통연결, 에너지저장장치 설치, 송배전망 보강 등 누적비용이 약 1500조 원 발생할 것으로 추산됐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중국 등 주요국들은 원자력 발전을 발전부문 탄소중립의 중요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라며 "우리나라 역시 원자력을 배제한 탄소중립 논의는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므로 에너지믹스 정책의 전면적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종합토론에서 전문가들은 탄소중립 관련 정책과 계획들의 실현 가능성을 엄밀하게 점검하고, 우리 국민과 경제가 부담해야 할 비용을 정밀하게 추산해 국민적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동규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보면 감축 여건이 우리보다 좋은 EU조차 연평균 온실가스 감축률이 1.98%인 상황에서 우리 목표가 4.17%로 두 배 이상 높은 것은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든다"며 "탄소중립 추진에 따른 직접 비용 외에도 산업 위축으로 고용ㆍ소득 감소와 물가 상승 역시 우리가 직면하게 될 비용"이라고 말했다. 백철우 덕성여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국고가 300억 원만 들어가도 정부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해 비용과 편익을 꼼꼼하게 따지는데, 탄소중립 정책에는 우리가 감내해야 할 비용추계도 제시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