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떠난 지역은 기업들도 떠난다. 이는 남아 있는 청년들의 일자리 부족으로 이어진다.
공정거래위원회의 2021년도 공시대상 기업집단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기업 71곳 중 62곳의 본사는 수도권(서울 52개, 경기 8개, 인천 2개)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매출액 기준으론 전국 1000대 기업 중 743개 기업이 수도권에 있으며, 총매출액의 86.9%를 차지했다. 이런 상황은 청년들의 수도권 이동·잔류에 따른 기업들의 수도권 집중에 기인한다. 기존에 수도권에 입지한 기업에 더해 지방 기업들이 청년들을 쫓아 수도권으로 사업장을 옮긴 탓이다. 서울에 이어 제2도시인 부산은 2008년만 해도 1000대 기업에 55개 기업이 있었지만, 지난해에는 29개 기업으로 반 토막이 났다.
최근 경북 구미시 구미국가산업단지에선 서울에 본사를 둔 기업들이 사업장을 구미에서 수도권으로 옮기고 있다. 이런 리쇼어링(re-shoring) 현상은 비수도권 산단의 공통된 악재다.
주요 사업체가 수도권에 쏠리면서 비수도권과의 임금 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15일 ‘지역 일자리 양극화의 원인과 대응 방향’에서 30년간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수도권 일자리의 평균 임금은 295만 원으로 비수도권 266만 원보다 29만 원 많다고 밝혔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월평균 명목임금 상대 격차도 2013년 12.1%에서 2015년에 8.5%까지 축소됐으나, 최근 10%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
일자리위원회는 “지방소멸의 위험을 초래하는 현상은 비수도권의 인구 유출과 감소”라며 “청년층이 선호할 수 있는 지역 일자리의 부족과 이에 따른 청년 유출이 핵심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고령화와 저출산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비수도권의 청년 인구 유출 확대는 앞으로 지역의 지속 가능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방 일자리의 ‘양적 부족’만큼 심각한 문제가 ‘질적 정체’다. 대학 진학률이 높아짐에 따라 일자리에 대한 청년들의 눈높이가 높아졌지만, 지방 노동시장의 질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
지난달 30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도별 취업자 중 농림어업 취업자 비중은 전남이 21.9%, 경북 19.7%, 전북 18.6%에 달했다. 경기와 강원을 제외한 모든 도 지역에서 농림어업 비중이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반면, 청년층의 구직 수요가 많은 음식점·주점업과 자동차 제외 소매업, 교육서비스업, 보건업, 공공행정·국방 및 사회보장행정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하다. 경북의 경우 음식점·주점업 취업자 비중은 5.5%(서울은 7.7%)에 불과했다.
특히 임금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금융·보험업 취업자 비중은 강원(2.8%)과 전북(2.6%), 경북(2.4%), 제주(2.5%)를 제외한 모든 도 지역에서 서울(4.8%)의 절반을 밑돌았다. 충남과 전남은 금융·보험업 비중이 각각 1.6%, 1.9%에 머물렀다.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은 서울이 8.3%였는데, 경북은 1.4%, 강원은 1.7%에 불과했다. 시 지역에선 부산(2.8%)이 특히 낮았다.
최근에는 ‘기흥라인’, ‘판교라인’이란 신조어가 등장했다. 경기 용인시 기흥구를 중심으로 횡으로 그은 기흥라인은 사무직 일자리의 남방한계선,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을 중심으로 횡으로 그은 판교라인은 기술직 일자리의 남방한계선을 각각 의미한다. 과거에는 현대자동차 본사가 있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양재라인)이 사무직의 남방한계선, 삼성전자 사업장이 있는 기흥구가 기술직의 남방한계선으로 불렸으나, 기업들이 서울 외곽으로 본사를 옮기고 판교에 테크노밸리가 조성되면서 사무직·생산직의 남방한계선이 아래로 조금 밀려 내려왔다.
지역의 인재들이 대학 입시를 계기로 서울에 정착하면 기업들의 탈지방화, 수도권 쏠림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출신 지역에서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도 지방에 남을 이유가 없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