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미 무역흑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향후 새 무역 갈등 ‘불씨’
무역협정 만료 앞두고 있지만 양측 언급 없어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중국의 대(對)미국 수입액이 무역협정 목표액인 2000억 달러(약 238조 원)의 59%에 그쳤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중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하기 전인 2020년 1월 1단계 무역협정을 체결했다. 협정 체결 당시 중국은 2021년 말까지 2년간 최소 2000억 달러 이상의 미국산 제품과 서비스를 추가로 구매하기로 했다. 이때만 해도 시장에서는 양국 간의 무역 긴장이 어느 정도 완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되기도 했다.
그러나 협정이 시행된 2020년 2월부터 지난달까지 대미 수입액이 목표의 59%에 그친 것이다. 반면 이 기간 중국의 대미 수출은 급증하면서 올해 2년 연속 사상 최대 무역수지 흑자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3580억 달러에 달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중국의 대미 수입 증가는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에 따른 수출 급증에 압도돼 미·중 간의 무역 균형을 이루자는 (협정의) 의도를 약화시켰다”고 지적했다.
협정 만료 기간을 앞두고 중국 실제 구매액이 목표치에 턱없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향후 양국 무역협정을 둘러싸고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시절 체결됐던 무역협정에서 중국 구매 목표액이 애초부터 비현실적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전 세계 공급망 혼란이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는 점도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특히 양국이 징벌적 관세를 부과해 수천억 달러 상당의 상품 가격이 오른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 10월 “미국 행정부가 무역협정을 이행하기 위해 중국과 직접 대화할 것이며, 앞으로도 무역협정에 대해 계속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무역협정 만료를 앞두고 진행된 지난달 미·중 정상회담에서는 이에 대한 언급조차 없었다.
여전히 중국의 약속 불이행은 새 무역 갈등의 ‘불씨’가 될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1단계 무역협정이 만료되고 새로운 협정이 체결되지 않는다면 당장 새해부터 중국이 미국산 대두와 비행기, 천연가스 등을 얼마나 수입할지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게리 로크 전 주중 미국 대사는 “중국이 무역정책에 대해 약속 이행 등 분명한 신호를 보내지 않는다면 조 바이든 현 미국 정부가 관세를 줄이거나 철폐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