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해 화웨이의 스마트폰 점유율은 곤두박질쳤지만, 화웨이는 통신장비 분야에 있어서는 여전히 세계 1위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화웨이가 통신장비에서 점유율 1위를 달성하고 있는 이유로 업계에서는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을 꼽고 있다. 아직 한국에서는 중국에 대한 이미지 때문에 중국 회사는 기술력보다는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선입견은 이제 버려야 할 때가 되었다.
화웨이는 올 한 해 총 9739건의 특허를 출원하여 영국 비즈니스신용카드 업체인 캐피탈온탭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테크기업’으로 2년 연속 1위에 선정되었다. 실제 화웨이는 미국 무역분쟁으로 인한 비상 경영 체제하에서도 2020년 매출액 대비 15.7%에 달하는 23조4586억 원을 연구개발(R&D) 비용으로 사용하였다. 삼성전자의 2020년 R&D 비용이 21조2000억 원인 것을 감안하면 얼마나 큰 금액인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R&D 규모가 보여주듯 화웨이의 특허 전략의 수준은 이미 글로벌 톱티어 그룹에 속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의 반도체 압박으로 화웨이는 스마트폰 사업의 철수 위기까지 직면했지만, 올해 초 5G 표준특허를 기초로 삼성과 애플에 특허료 협상카드를 꺼내 들기도 했다. 이는 기술패권 경쟁시대에 특허의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LG전자의 경우에도 스마트폰 사업을 완전 철수했지만 여전히 5G 표준특허 보유 2위 업체로서 다양한 라이선싱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미국 무역분쟁으로 인한 화웨이의 스마트폰 사업의 몰락은 실로 충격이었다. 한국에서의 한 세미나에서 화웨이 지식재산권(IP) 담당자의 글로벌 특허전략을 접했고, 독일 출장 시 현지 매장에서 삼성 갤럭시폰과 대등하게 전시되고 있었던 화웨이폰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도 기술패권 경쟁시대에서 언제까지나 안전지대일 수 없다. 그 유일한 해답은 특허가 아닐까 생각된다.
이태영 LNB 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