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서울시의회를 향한 비판을 이어가는 등 소위 '페북 정치'를 본격화하고 있다. 본회의 등에서 충분한 발언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판단한 데다, 최근 시의회가 이른바 '시장 발언 중지' 조례안을 의결한데 따른 대응인 셈이다. 서울시 안팎에서는 오 시장이 직접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이 더 많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오 시장은 1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예산 시리즈 3-1인가구 안전'이라는 글에서 "무리한 예산 삭감으로 1인가구 안전에 차질이 생겼다"며 시의회를 저격했다. 그는 "시의회에서는 '안전' 분야 사업을 중심으로 1인가구를 위한 예산을 면밀한 검토도 하지 않은 채 대폭 삭감해버렸다"고 주장했다.
시의회는 '안심마을보안관' 사업 예산을 27억6000만 원에서 9억5000만 원으로, 스마트 보안등 교체 사업 예산을 30억 원에서 19억6000만 원으로 각각 삭감했다. 오 시장은 이 사실을 지적하며 시의회가 합리적으로 예산을 심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 시장은 최근 '지못미' 시리즈를 연재 중이다. 1인가구 예산에 관한 지적은 상생주택, 지천 르네상스에 이은 '지못미' 세 번째 글이다. 서울시 주요 사업인데도 시의회가 예산을 삭감한 사업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특히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계신 분은 의장님과 민주당 시의원님들'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시의회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을 직접 겨냥했다.
서울시 내부에서는 오 시장이 최소 5회가량 '지못미' 시리즈를 연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두 번 정도 글을 더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울형 헬스케어 시범사업 ‘온서울 건강온’, 온라인 교육 플랫폼 ‘서울런’, '안심소득' 등을 다룰 가능성이 있다. 모두 오 시장 취임 후 서울시가 구상한 사업이지만 시의회가 사업 예산을 일부 삭감했었다.
그간 서울시를 둘러싼 쟁점은 오 시장이 직접 메시지를 전달하는 대신 대변인이 논평을 내놨었다. 서울의료원 부지 활용, 오 시장을 향한 서울시 자치구청장 비판, '시장 발언 중지' 조례까지 대변인이 날을 세웠었다. 하지만 '시장 발언 중지' 조례 의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통신자료 조회를 기점으로 오 시장이 직접 '페북 정치'를 통해 관련 사안을 언급하는 쪽으로 가닥을 튼 모습이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취임 초기에는 시의회와 완만한 관계를 위해 직접 비판은 자제했지만 지난해 말부터 기류가 변했다"고 말했다. 이어 "본회의에서 발언권을 얻지 못했을 뿐 아니라 '시장 발언 중지' 조례 등으로 본인이 메시지를 내야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서울시장이면서 정치인이기 때문에 몸집을 키우려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오 시장이 목소리를 높일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는 올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서울시민들에게 주요 쟁점을 알리고 지지층을 결집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오 시장이 취임 후 줄곧 "서울의 경쟁력을 다시 끌어올리려면 적어도 5년은 필요하다"고 강조해 온 만큼 올 선거에서 '수성(守城)'에 공을 들여야 한다.
또 다른 서울시 관계자는 "오 시장과 시의회 소속 정당이 달라 갈등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었다"며 "예산안 심사는 끝났지만 '시장 퇴장 조례'로 충돌이 불가피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거까지 양측이 실랑이를 벌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