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을 앓고 있는 30대 회사원 김 모씨. 탄산음료를 좋아했던 김 씨가 당뇨병 진단을 받고 가장 괴로웠던 점은 평소 좋아하던 콜라를 시원하게 마실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던 김 씨에게 희망의 빛줄기가 내려왔다. 바로 ‘제로 콜라’였다.
처음 김 씨도 설탕이 ‘0’라는 탄산음료 회사의 광고에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하지만 “제로 콜라는 당뇨와 상관이 없다”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보증(?)에 안심하고 콜라를 마실 수 있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 김 씨에게 날벼락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당뇨와 상관 없다던 ‘제로 콜라’에 대한 심평원의 입장이 바뀐 것이다.
지난달 14일 심평원 블로그에 게재된 “제로 콜라는 당뇨와 상관이 없다고 하는데 사실인가요?”라는 질문에 대한 “아닙니다”라고 수정됐다.
당초 심평원은 같은 질문에 “맞습니다”라는 답변을 내놓았었다. 심지어 “제로 콜라는 자유롭게 섭취할 수 있는 음료다”라며 생수, 녹차, 보리차 등과 함께 제로 콜라와 다이어트 사이다 등을 거론했다.
이에 당뇨병 환자들이나 다이어트 커뮤니티 등에는 심평원의 글이 자주 공유되기도 했다.
식음료 업계에서도 제로 칼로리 탄산음료는 과당 대신 아스파탐, 아세설팜칼륨, 수크랄로스 등 인공 감미료가 들어가기 때문에 당뇨 환자나 다이어트 중인 사람들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고 홍보해왔다. 인공감미료는 설탕보다 200배 달지만 칼로리가 낮아 극소량만 써도 충분히 단맛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심평원의 입장이 바뀐 것일까.
문제는 바로 ‘인공감미료’였다. 심평원에 따르면 일부 연구에서 제로콜라의 인공감미료와 당뇨병 발생과의 관련성이 보고됐다. 또 설탕 대신 열량이 없는 인공감미료를 사용했을 때, 혈당 개선이나 체중 감량의 효과는 입증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사실 인공감미료와 관련한 각종 의혹들은 아직 명확하게 규명되지는 않았다. 이에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은 인공감미료를 안전한 물질로 인정하기도 했다. 권장 섭취량을 넘기지만 않는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공감미료의 권장 섭취량은 아스파탐은 체중 1㎏당 40mg, 수크랄로스는 9mg 등이다.
하지만 최근 인공감미료와 관련한 연구들이 진행되면서 계속해서 새로운 연구결과들이 발표되고 있다.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연구팀은 수크랄로스가 인체의 대사활동을 교란시키고 지방축적을 촉진할 수 있다고 발표했으며 예일대 연구팀은 제코콜라와 탄수화물을 함께 섭취했을 때 인슐린 민감도가 떨어진다고 봤다.
특히 인공감미료의 경우 특정 질환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실제 아스파탐의 경우 ‘페닐케톤뇨증 환자’가 섭취할 경우 아스파탐 안에 들어있는 페닐알라닌을 분해하지 못한다. 인공감미료에 대한 알러지 증상이 있는 사람들도 제로칼로리 음료를 마시면 안 된다.
사실 식품 첨가물에 대한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인공감미료 이전에는 MSG가 있었다. MSG는 흔히 미원 혹은 화학조미료로 알려져 있다. 1956년 국내에 처음 선보인 MSG는 한때 요리 필수품으로 여겨질 정도였다.
이에 삼성도 1969년 ‘미풍’이란 이름으로 MSG를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조미료 시장이 2세대로 넘어가면서 시련을 겪기 시작한다. 럭키가 1993년 ‘맛그린’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맛그린에는 화학적 합성품인 MSG를 넣지 않았다’고 광고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MSG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자리잡기 시작했고 소비자들은 MSG를 외면했다.
하지만 MSG는 화학조미료가 아닌 발효조미료다. WHO(세계보건기구)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는 지난 1985년 MSG에 대해 “평생 먹어도 안전한 식품 첨가물”이라고 발표했으며, 우리 식품의약품안전청도 2010년 “일일 섭취 허용량에 제한이 없는 안전한 물질”이라고 밝혔다.
재미있는 점은 MSG에 대한 부정적인식을 만드는데 일조했던 LG화학(구 럭키) 공식 블로그에서도 ‘MSG는 안전하니 안심하고 드시라’고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