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경북 울진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한 바람을 타고 삼척 호산리 LNG 생산기지까지 번지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소방당국은 총력 방어진을 구축했고, 삼척시는 울진에 이어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 ‘심각’ 단계를 발령했다.
산림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17분께 경북 울진 북면 두천리에서 발생한 산불은 강풍을 타고 오후 들어 인근 산 정상 부근, 민가까지 번졌다. 건조경보가 발효 중인 가운데, 순간 초속 25m가 넘는 강한 바람이 서남서쪽에서 지속되며 불길이 잡히지 않았다.
당국은 오후 1시 50분 전국 소방동원령 1호를 발령했다. 오후 2시 10분에는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 ‘심각’을 발령했다.
경북도지사가 산불현장 통합 지휘에 착수했다. 산림당국과 소방당국은 산불 진화 헬기 30여 대와 산불진화대원 1100여 명, 소방차량 230여 대 등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진화에 나섰다.
이날 오후 3시께에는 산불이 7번 국도를 넘어 한울원전 경계선 안까지 확산했다.
원전 구역 안에 불씨가 넘어오면서 헬기와 소방차가 대거 동원됐다. 불은 원전 구역 내 잔디, 수목 등에 옮겨붙었으나 건물에는 피해가 끼치지 않고 진화됐다. 이로 인해 직원들이 한때 대피했다가 복귀했다.
한울원자력본부는 “한울원전 5기에서 인명피해나 방사능 누출은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다만 “계획예방정비 중인 한울 6호기는 송전선로 외란으로 비상디젤 발전기가 가동됐다”고 했다.
산불 최초 발화 지점과 7번 국도까지는 직선거리로 10㎞ 정도고, 7번 국도에서 한울원전까지 거리는 직선으로 1㎞ 수준이다.
한울원전은 인근 산불이 근접하자 안전성 확보를 위해 출력감소 운전을 했다. 이에 따라 한울 1~5호기의 출력은 50% 수준까지 낮아졌다.
원전 주변 산불은 초기 진화된 상태다. 원전 측은 앞으로 산불 상황을 주시하며 송전계통의 안전이 확보되면 출력을 회복할 계획이다.
한울원전 초기 진화에는 성공했지만, 불이 호산리 LNG 생산기지 인근까지 번지며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소방당국은 대원 225명과 장비 85대를 LNG 기지에 집결시키는 등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소방당국은 울진에 배치한 중앙119구조본부 대용량 방사포를 삼척 LNG 기지 쪽으로 급하게 파견했다.
산림 당국에 따르면, 산불 영향구역은 울진 3240㏊, 삼척이 60㏊ 등 3300㏊에 달한다. 두 지역을 합치면 축구장 면적 4621개에 이른다. 최근 10년 내 산불 피해 중 최대 규모다.
이전 최대 피해 규모는 2020년 4월 안동 대형 산불로 산림 1944㏊가 피해를 본 사례다. 이때 피해액만 209억 원에 달했다.
산불은 삼척으로 계속 확산하고 있어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원덕읍 호산리 호산교차로~울진 방향 7번 국도는 통행을 전면 통제하고 있는 상태다.
문재인 대통령은 울진 산불과 관련해 “가용자원을 총동원해서 조기 진화에 전력을 다하고, 최우선 목표를 인명피해 방지에 두고 한울원전 안전 조치에도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김부겸 국무총리와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도 산림당국, 소방당국, 지자체를 아울러 산불 피해를 최소화할 것을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