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물가에 대응하고자 소비자가 학습한 행동이 있다. 커피, 햄버거, 아이스크림 등 먹거리 값이 오르기 전 ’기프티콘’을 쟁여두는 일이다. 인상 전 가격이 기프티콘에 묶이는 덕에 차액만큼 이득이다. 최근 스타벅스 커피 기프티콘의 ’사재기 현상‘이 일어난 이유다.
기프티콘은 혹독한 인플레이션 시대에 쏠쏠한 ‘채권’으로 부상하는 듯 했으나, 역시나 '슬기로운 소비생활'이 그리 손쉬운 것은 아니었다. 일부 프랜차이즈 기업 가맹점이 기프티콘을 쓰는 소비자에 가격이 오르기 전후 차액을 요구하는 탓이다. 지역마다, 지점마다 요구하는 데도 있고, 아닌 데도 있다. ‘가격 인상’ 뉴스가 나올 때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차액을 내야 하는 게 맞는 거예요?”라는 질문이 들끓는 것은 그래서다.
모범답안은 “원칙적으로 인상 차액분을 안 내도 된다”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미 그렇게 규정해놨다. 공정위가 2020년 개정한 ‘신유형 상품권 표준약관’의 제6조 4항에 따르면 ‘발행자 등은 수량이 기재된 물품 등의 제공시 원재료 가격상승 등 어떠한 이유로도 고객에게 추가대금을 요구할 수 없다’라고 명시돼 있다. 현금 아닌 현물 기프티콘은 가격을 올렸어도 인상 이전에 샀다면 차액을 안 내도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기프티콘=채권‘ 공식이 지점마다 다르게 적용되는 건 이 '표준약관'이 법령이 아니기 때문이다. 약관 내용을 사업자에게 권장만할뿐 법적 구속력이 전혀 없다는 얘기다. 전 매장을 직영으로 운영하는 스타벅스는 비교적 수월하게 ’가격 인상 전에 구매한 기프티콘은 인상 후에라도 추가인상분을 적용하지 않겠다’라고 자신 있게 공표할 수 있는 반면, 가맹사업 위주의 외식 프랜차이즈업체들은 기프티콘 운영이 제각각인 이유다. 가맹점들은 기프티콘 안내문에 고지한 '제품 가격이 매장마다 상이할 수 있다'를 명분으로 얼마든지 소비자에 차액을 요구할 수 있다.
가맹사업법에 따라 가격 결정 권한이 점주에게 있다지만, 정부와 일부 기업들이 팔짱만 끼고 있는 한 현장에서 빚어지는 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인상 차액분 요구 여부 확인, 점주와 가벼운 말싸움 등 치러야 할 비용과 스트레스는 오롯이 소비자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