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이 근소한 차이로 결론이 났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당선인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불과 0.73%포인트 득표율 차이로 이겼다. 역대 대선 최소 표차이다 보니 민주당의 상심은 어느 때보다 컸고, 이는 곧 심상정 정의당 후보를 탓하는 심리로 이어졌다. 윤 당선인에 승리를 안겨다준 표차는 24만7077표, 심 후보가 얻은 표는 80만3358표라서다.
민주당 지지세가 큰 광주의 한 민주당원은 기자에게 “대선 기간 동안 심 후보를 소신 있는 정치인이라 생각하고 응원했는데, 대선 결과를 놓고 보니 원망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간발의 차로 떨어진 그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20대 대선이 민주당의 지상목표가 아닌 이상 심 후보를 비난하는 건 문제가 있다. 민주당이 대선 기간 동안 주창해온 게 정치교체라는 점에서다.
이 후보가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와 단일화하며 약속한 정치교체 방안은 크게 국민통합정부 구성과 연동형비례대표제 강화 등을 통한 다당제 안착이다. 누가 이기든 정치권이 함께 국정을 이끄는 통합정부를 꾸리고 소수정당 입지를 넓히는 선거제 개편을 함으로써, 국민이 양쪽으로 갈라져 다투지 않도록 정치권이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정치교체 취지상 심 후보의 완주는 희망의 불씨이고, 오히려 윤 당선인과 이 후보에 표가 몰린 건 명백한 퇴행이다. 민주당이 심 후보에게 패배의 탓을 돌리는 건, 소수정당을 위한 준연동형비례대표제를 주도해놓고 이를 무력화시키는 위성정당을 만들었던 지난 총선 때의 조변석개와 다름이 없다.
또 심 후보 완주를 탓하며 ‘이 후보가 이겼어야 할 선거’라는 볼멘소리도 나오는데, 그렇다면 홍준표 자유한국당·안철수 국민의당·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로 보수진영 후보가 나뉘어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 대선도 ‘보수 후보가 이겼어야 할 선거’라고 볼 건지 되묻고 싶다. 문 대통령 득표율은 41.08%로 홍·안·유 후보 합계 득표율 42.2%보다 낮았다.
역사에 ‘만약’은 없다. 선거 결과를 그대로 바라보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민주주의이지, 만약을 꺼내며 탓하기 시작하면 과거에 얽매이게 될 뿐이다. 민주당, 나아가 정치권이 할 일은 ‘누구 때문에 졌다’는 말이 나오지 않을 만큼 다양한 정당이 저마다 입지를 가지고 국민을 대변하는 정치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