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동방항공 소속 여객기가 추락하자 국내 항공업계도 참사의 수습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추락한 여객기 B737-800 기종을 국내 항공업계에서도 96대 운용하고 있어서다. 국토교통부는 항공사에 안전 점검 강화를 주문하는 공문을 내려보냈고, 각 사는 추락 원인이 기체결함으로 밝혀지진 않을지 지켜보고 있다.
승객 123명과 승무원 9명을 태운 중국 동방항공 MU5735편 여객기는 21일 오후 윈난성 쿤밍을 출발해 광둥성 광저우로 향하던 도중 광시좡족자치구 우저우 텅현 인근 산악 지역에 추락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사고기는 3분 만에 8000m 상공에서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수직 추락했다.
현재 중국 민용항공국(민항국)과 항공기 제조사인 보잉은 사고 원인 조사에 착수했다. 사고기의 블랙박스 중 하나도 발견돼 진상 규명 작업이 본격화했다.
사고가 난 기종은 보잉이 제작한 중형기 B737-800이다. 중ㆍ단거리용 쌍발엔진을 장착한 B737기는 1967년부터 지금까지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며 꾸준한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B737-800은 1997년 처음 생산된 기종으로, 최대이륙중량을 7만9000㎏으로 키우고 항속거리도 5500㎞ 이상으로 늘렸다. 이러한 장점을 바탕으로 B737-800은 보잉 737 계열 중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판매되며 베스트셀링 기종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에도 B737-800은 총 96대가 운용되고 있다. 국토교통부 항공정책실에 따르면 △대한항공 3대 △제주항공 39대 △진에어 19대 △티웨이항공 27대 △이스타항공 3대 △플라이강원 2대 △에어인천 3대(화물) 등이 해당 기종을 보유하고 있다. 중형기 특성상 주로 LCC(저비용항공사)가 해당 기종을 운용한다.
복수의 항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최근 B737-800 기종을 보유한 항공사에 공문을 내려보내 “사고 내용을 관련 부서에 전파하고 안전점검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공문을 접수한 항공사는 구체적인 사고 내용을 사내에 공유하고 안전 점검을 평시보다 강화하고 있다.
아직 정확한 추락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라 국내 항공업계의 추가적인 대처는 제한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B737-800 자체가 판매량이 많고 사고 사례는 적은 기종이라 기체 결함일 가능성은 작을 것이라는 관측을 조심스레 내놓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B737-800은 누적 비행시간이 압도적으로 길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항공기로 평가받는다”며 “일단 중국 당국과 보잉에서 발표하는 구체적인 사고 원인을 지켜볼 예정”이라 밝혔다.
하지만 반복된 추락사고로 운항이 중단된 ‘보잉 737 맥스(MAX)’ 기종처럼 이번 사고에서도 기체 결함이 발견되는 경우 상황은 복잡해진다. 보잉 737 맥스는 B737 시리즈의 개량형으로 항속거리를 1000㎞가량 늘린 기종이다. 출시 이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라이언에어, 에티오피아항공 소속 여객기가 연이어 추락하며 기종 자체에 결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각국 정부가 해당 기종의 운항을 금지하자 이미 도입된 항공기가 지상에 발이 묶이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B737 맥스를 도입하거나 관련 계약을 맺은 항공사들도 항공기를 그대로 세워놓는 등 막대한 손실을 봤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까지 전해진 사고 내용만 놓고 보면 섣불리 원인을 추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B737 맥스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