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사흘 뒤 윤 당선인 측에서 추경안을 새 정부 출범 뒤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새 정부 출범이 5월 10일이니 절차를 고려하면 잘해야 두 달 뒤에나 추경 집행이 이뤄진다는 의미다. 추경호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간사는 지난달 31일 “코로나 손실보상 추경 관련 작업은 인수위가 주도적으로 하고 추경 편성안도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뒤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윤 당선인이 22일 “빠르면 현 정부에 추경 요청을 할 수도 있고, (현 정부가) 안 들어주면 정부가 출범하면서 바로 준비된 추경안을 국회에 보내는 방안으로 할 것”이라고 말한 것에서 후퇴했다. “1분 1초가 시급한 국민 여러분 고통을 덜어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라는 당선인 측의 의도와 달리 ‘공약 파기’라는 비판이 나올 만한 대목이다.
윤 당선인의 1호 공약에 대해 민주당은 ‘표 계산 꼼수’라고 비판한다. 인수위의 이번 결정은 2차 추경을 6월 지방선거 직전에 편성·집행해 선거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물론 재원 마련 방안이 현실의 벽에 부닥친 만큼 고충이 있다는 점은 이해한다. 추경안 국회 제출 시기가 미뤄진 책임을 정부와 여당 탓만 하는 행태는 곱게 보이지 않는다.
이런 결정 과정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목소리는 어디로 갔는가. 손실보상금은 집합금지·영업제한 등으로 매출이 감소한 소상공인 90만 명에게 지원된다. 방역지원금은 여행, 숙박업, 공연업 등으로 지급 범위가 확대돼 대상이 332만 명에 달한다. 이들은 당선인이 약속한 손실보상을 기다리며 장사를 이어가고 있다.
2년 넘게 이어진 영업 제한을 버티기 힘들어 가게 문을 닫으려 했지만, 윤 당선인의 구체적인 손실보상 기준이 발표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장 폐업하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될까 봐 폐업도 못 하고 있다. 실제 폐업을 고려하는 자영업자들은 상당한 수준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아래 전경련)는 1월 자영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한 ‘자영업자 2021년 실적 및 2022년 전망 설문조사’를 발표하면서 “자영업자 10명 중 4명(40.8%)이 폐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 정책대로라면 폐업일 직전까지 발생한 손실에 대해 손실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방역지원금은 특정 시점(2022년 1월 17일)을 기준으로 폐업 상태가 아니어야 받을 수 있다. 현재 2차 방역지원금의 지원대상은 매출감소 또는 감소가 예상되는 곳으로, 2021년 12월 15일 이전 개업 사업체다. 자영업자들이 윤 당선인에게 어떤 방식으로 손실보상 혹은 방역지원금을 지원할지 시기와 규모를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하라고 요구하는 이유다.
윤 당선인은 민생을 보다 꼼꼼하게 살피기 위해서 1분 1초도 허투루 보내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현장에선 자영업자 지원을 깎고 기재부 탓을 할까 봐 가장 두렵다고들 한다. 자영업자들은 피 마르는데 용산 이전이 최우선 과제가 된 현실에 바보가 됐다고 한탄한다. 윤석열 인수위에는 소상공인 정책을 다루는 분야에 현장 전문가가 없다고도 한다. 윤 당선인의 인수위가 활동한 지 3주가 지났지만, 피부로 체감하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없어 보인다.ac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