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들. (뉴시스)
피고인 반대신문이 이뤄지지 않은 피해자의 법정 진술은 증거능력이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집단·흉기 등 상해)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1일 밝혔다.
A 씨는 B 씨가 빌려준 돈을 제대로 갚지 않자 2013년 필리핀의 한 주택에서 C 씨와 함께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피해자에게 휴대하고 있던 권총을 꺼내 머리에 겨누기도 했다.
1심은 A 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A 씨의 방어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고,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피해자 B 씨는 1심에서 증인으로 나서 검찰 신문에 답한 뒤 A 씨 측 반대 신문에는 응하지 않고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 또는 변호인에게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신문의 기회가 부여되지 않았기 때문에 각 조서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 중 폭행당했다는 점에 관해 다소 변경됐으므로 피고인으로서는 반대신문을 통해 진술을 탄핵할 필요성이 있었던 점 등을 살펴보면 원심이 증인신문절차에서의 실질적 반대 신문권 보장, 책문권 포기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