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라면이 글로벌 인기를 얻으면서 국내 라면 업계도 현지 공장을 건립하고, 수출 전용 공장을 짓는 등 해외 사업 속도를 높이고 있다.
농심은 지난달 29일(미국 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 쿠카몽가에 새로 지은 제2공장 준공식을 가졌다고 2일 밝혔다. 연간 3억5000만 개의 라면 생산이 가능한 제2공장이 본격 가동에 들어감에 따라 농심은 미국에서 총 8억5000만 개의 라면을 생산하게 됐다. 농심 미국 제2공장은 약 2만6800㎡(8100평)의 규모에 용기면 2개와 봉지면 1개 라인으로 구성됐다. 제2공장에서만 3억 5000만개, 제1공장까지 합치면 연간 라면 생산량은 8억 5000만개가 된다.
농심은 이곳에서 신라면, 신라면블랙, 육개장사발면 등 시장에서 수요가 높은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할 계획이다. 특히, 농심은 제2공장이 중남미 진출에 지리적으로 유리한 곳에 위치한 만큼 멕시코 시장 공략에 더욱 힘을 더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제2공장으로 또 하나의 심장을 갖춘 농심은 미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해 수년 내 일본의 토요스이산을 꺾고 미국 라면시장 1위에 오른다는 목표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 자료에 따르면 농심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2020년 기준 23.3%로 일본 토요스이산(49.0%)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3위인 일본 닛신은 17.9%로 농심과 5%p(포인트) 이상의 점유율 차이로 뒤쳐져 있다. 하지만 주목할 것은 농심의 상승세다. 농심은 2017년 일본 닛신을 꺾은 데 이어 꾸준히 점유율을 높이며 3위와 격차를 점점 벌리고 있다. 농심의 미국 매출은 지난해 3억 9500만달러를 기록했고 2025년까지 8억 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신동원 농심 회장은 준공식에서 일본을 꺾고 미국 라면시장 1위에 도전하자고 강조했다. 신동원 회장은 “농심은 1971년 미국시장에 처음 수출을 시작했고, 2005년 제1공장을 계기로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다”며 “제2공장은 농심의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더해줄 기반으로, 일본을 제치고 미국 라면시장 1위에 오르는 것은 물론 글로벌 NO.1이라는 꿈을 이뤄낼 수 있도록 전진하자”고 당부했다.
삼양식품은 수출 전진기지인 밀양공장 가동을 시작하며 해외사업 확대에 나섰다. 삼양식품이 공장을 설립한 것은 원주공장 이후 30여 년만에 처음이다. 2400억원이 투입된 밀양 공장은 삼양식품의 수출 전용 공장으로 연면적 7만 303㎡에 지상 5층, 지하 1층 규모를 갖췄다. 부산항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수출 제품 생산을 전담하며, 연간 최대 6억개의 라면을 생산할 수 있다.
밀양공장 준공으로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한 삼양식품은 매년 증가하는 해외 수요에 빠르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2016년 26% 수준이었던 삼양식품의 수출 비중은 2019년 50%, 2021년 60%를 넘어서며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올해 초 미국과 중국법인이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하면서 수출 물량이 대폭 늘었다. 삼양식품은 밀양공장이 수출 제품 생산을 전담하는 만큼, 해외법인과의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불닭브랜드의 세계적 인기에 힘입어 매년 수출 실적을 갱신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삼양식품의 해외 매출은 2016년 930억원에서 2021년 3886억원으로 5년만에 4배 증가했다. 해외 생산공장 없이 수출 물량 전부를 국내 공장에서 제조하는 삼양식품은 해외 판매 호조로 지난해 3억불 수출을 달성했으며, 현재 국내서 수출하는 라면의 절반을 담당하고 있다.
라면업계가 해외 사업 확대에 나서는 것은 K-팝을 비롯해 국내 영화·드라마 등 한류가 전 세계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한국 라면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이 작품상 등 4관왕을 차지했고, 지난해에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기생충에는 농심 라면으로 만든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가 등장해 외국에서 큰 관심을 끌었고, 삼양식품의 불닭볶으면도 동남아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3월 라면 수출액은 7158만달러(약 890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20.0% 늘었고, 전월보다는 35.8% 증가했다. 라면 수출액이 월 7000만달러 선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 최대치는 지난해 12월 기록한 6666만달러였다. 현지 공장 출하량은 잡히지 않은 것으로 실제 해외 매출은 이보다 더 높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농심은 중국과 미국에, 오뚜기는 베트남, 팔도는 러시아에 각각 라면 공장을 운영 중이다.
라면업계 관계자는 “예전엔 교포와 매운 맛을 선호하는 아시아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면, 최근에는 현지인들의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