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3일 자진 사퇴했다. 지난달 13일 후보자로 지명된 지 20일 만이다. 풀브라이트 장학금 특혜 논란에도 굳건히 버텼던 김 후보자는 '방석집 논문 심사' 의혹까지 추가로 터지자 청문회를 사흘 앞두고 사퇴했다. 윤석열 정부 내각의 후보자가 낙마한 것은 김 후보자가 처음이다.
김 후보자는 3일 오전 9시 30분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오늘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직을 사퇴한다"며 "국가와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을 돌려드리고 싶었지만 많이 부족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떤 해명도 하지 않겠다. 모두 저의 불찰이고 잘못"이라며 "저를 믿고 중책을 맡겨주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께 죄송한 마음 가눌 길이 없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멀리서나마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1988년부터 한국외대 행정학과 교수를 지낸 김 후보자는 2014년부터 올해까지 한국외대 총장을 역임했다. 한국외대 총장을 맡으면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 등 활발한 외부활동을 이어갔고, 윤 정부 첫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장관 후보자 지명 이후 각종 의혹이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도종환·서동용 의원은 지난달 20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경쟁이 치열하고 까다롭기로 유명한 풀브라이트 장학금에 후보자와 배우자, 딸, 아들까지 연관됐다"고 주장했다.
이들 의원은 "김 후보자가 한국풀브라이트 동문회장이던 시기 후보자의 딸이 풀브라이트 장학 프로그램에 선정돼 유학비용을 지원받았다"며 "김 후보자 배우자도 풀브라이트 지원을 받아 미국에 교환교수로 다녀왔다"고 비판했다.
풀브라이트 장학 프로그램은 연 4만 달러 가량의 학비와 생활비뿐 아니라 가족수당, 본인 몫의 왕복 국제항공권 등을 지원하기 때문에 경쟁률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후보자는 이 같은 가족 풀브라이트 장학금 수혜 등 특혜 의혹 등에 적극 해명해왔었다.
논문 표절 의혹과 논문 심사과정에서 접대를 받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서 의원은 2일 "김 후보자가 박사제자의 논문심사를 '방석집'으로 불리는 고급음식점에서 접대를 받으며 했다", "김 후보자가 2000년 학술지에 게재한 연구논문이 1호 박사제자의 박사논문을 표절한 것으로 보인다" 등 의혹을 제기했다.
그가 사퇴를 택하게 된 결정적인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다. 김 후보자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마지막 품격을 지킬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며 질문을 받지 않았다. 다만, 김 후보자 가족과 풀브라이트의 연관, 논문심사 및 표절 문제 등은 윤석열 정부가 추구하는 '공정'이라는 가치에 전혀 걸맞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후보자는 전날 밤 윤 당선인 측에 사퇴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사청문회는 6일로 예정돼 있었다.
한편, 교육부는 김 후보자의 자진사퇴로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통·폐합 가능성까지 거론됐던 교육부는 리더십 부재라는 악재까지 겹치게 됐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후임자와 무관하게 새 정부 출범 후 물러날 뜻을 밝힌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