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사'는 옛말… 총재부터 발로 뛰고, 공식 '블로그'도 개설

입력 2022-06-01 10:00 수정 2022-06-01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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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방면으로 '소통' 나선 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개최된 2022년 상반기 금융협의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개최된 2022년 상반기 금융협의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은행)
'한은사(韓銀寺)' 한국은행이 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지나치게 소극적이고, 존재감이 없다는 의미에서 유래한 별명이다. 오죽하면 조용한 절간에 비유해 ‘한은사’라는 꼬리표가 붙었을까.

그랬던 한국은행이 변하고 있다.

이창용 신임 총재가 취임한 이후 변화의 속도는 거세다. 총재 스스로 정부 정책에 대해 조언을 내놓고, 시장 및 금융권과의 소통에도 적극적이다. 또 공식 블로그를 개설하는 등 국민과의 소통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전날 공식 블로그를 개설하고 금융·경제 주요 현안에 대한 한국은행 임직원의 분석과 견해를 공유하고 있다.

개설 첫날인 지난 31일에는 '2022년 5월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배경'(통화정책국장 홍경식), '2022년 5월 경제전망의 주요 내용'(조사국장 김웅) 등 2개의 글이 올라왔다.

"숙제를 어떤 이유에서든 차일피일 미루다 보면 마감일이 임박해서 밤을 새우게 되고, 그러면 숙제의 질도 떨어지고 몸도 많이 상하게 된 경험이 있다. 지난해 이후를 되짚어 보면 통화정책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홍경식 통화정책국장은 기준금리 인상 배경과 관련해 올린 게시글을 통해 딱딱하고 어려운 설명이 아닌, 국민이 와 닿을 수 있는 소통의 방식을 보여줬다.

한은의 변신은 이창용 총재부터 시작됐다. 이 총재는 지난달 30일 이례적으로 시중 은행장들에게 직접 기준금리 인상 배경을 설명하는 등 금융시장과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전통적으로 한은 총재와 은행장들이 참석하는 '금융협의회'는 분기 또는 반기마다 조찬 간담회 형태로 열렸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명맥이 끊어졌다.

이날 회의로 일단 2년 6개월 만에 금융협의회가 부활했다는 의미가 있지만, 크게 바뀐 형식도 눈길을 끌었다.

과거에는 대체로 한은이 각종 금융·경제 현안 등에 관한 자료를 준비하고, 이를 참고해 조찬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참석자들이 환담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서는 직접 총재가 은행장들을 상대로 기준금리 인상 배경과 금융 현안을 설명하는 '브리핑'을 직접 했다.

한은 관계자는 "총재가 직접 통화정책 결정 배경을 은행권에 설명하고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의사를 뚜렷하게 밝혔다"고 전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개최된 2022년 상반기 금융협의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개최된 2022년 상반기 금융협의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은행)

이 총재는 한국은행이 외부와 소통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의식해 정부 정책에 제 목소리를 내고 민간기관과 교류도 확대할 계획이다.

이 총재는 취임사에서 "우리가 치열하게 고민하고 논의한 연구성과를 책상 서랍 안에만 넣어 두어서는 안 된다"며 “정부를 비롯한 관련 기관의 전문가와도 더 많이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기존 한은 총재가 정부 정책에 대한 언급을 자제했던 것과 달리 이 총재는 "과거와 같이 정부가 산업정책을 짜고 모두가 밤새워 일한다고 경제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며 “민간 주도로 보다 창의적이고 질적인 성장을 도모해 나가야 한다"고도 했다.

지난달 26일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도 이 총재는 비교적 쉽고 뜻이 명확한 구어체로 통화정책방향 결정 배경 등을 설명했다.

특히 기자간담회 마지막 질문에 답변한 후 '핵심 요약' 마무리 발언을 자처한 것은 이전에 볼 수 없는 방식이었다. 이에 대해 시장은 추가 금리 인상 폭 등에 대한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키웠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이 밖에 정례적으로 '총재와의 대화' 시간을 마련하는 등 내부 직원들과의 소통에도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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