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2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0%로 동결했다. 이로써 최근 다섯달 동안 여섯 차례에 걸쳐 지속되어 온 금리인하 행진은 일단 멈춰섰다.
이번 기준금리 동결은 실물경기의 위축과 고용 악화로 한두 차례 더 인하해야 한다는 시장의 목소리가 높았던 점을 감안할 때 금통위가 '유동성 함정'에 빠질 가능성을 사전에 견제하고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유동성 함정이란 금리를 아무리 낮추어도 투자나 소비 등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통화정책이 무력화되는 상황을 말한다.
실제로 한은 최근 네달에 걸쳐 기준금리를 3.25%나 내렸지만 시중금리는 크게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업의 구조조정 지연 등으로 인해 기준금리 인하가 사실상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우려를 반영하듯 최근 한국금융투자협회가 채권전문가 21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62.9%가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한 바 있다.
더불어 최근 금리의 하향세에도 불구하고 유동성 증가세가 여전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며 연일 고공행진을 펼치는 환율도 큰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월중 광의통화(M2,평잔)는 전년동월대비 12.0% 증가했으며, 금융기관유동성(Lf,평잔)도 전년동월대비 9.2% 증가했다. 지난해 6월 이후 증가율이 8개월 연속 둔화되고는 있으나 아직 부담스런운 수준이다.
환율은 최근 나흘동안 100원 가까이 급락하면 모처럼 안정세를 찾는 듯 했으나 이날 다시 큰 폭으로 상승하며 여전히 1500원선을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금통위가 향후 추가 인하 여력을 남겨 두기 위해 일단 속도 조절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