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궁금한 것은 이들은 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못 잡아 먹어서 안달인지다. 그것도 자신들이 주군처럼 떠받드는 윤 대통령의 국정동력을 갉아먹어 가면서까지. 윤 대통령이 힘을 잃으면 자신들도 오리알 신세가 될 것을 뻔히 아는데 대체 왜 이런 자살공격을 시도하는 것일까. 어쩌면 이들이 진짜 원하는 것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닐까. 이준석 대표는 또 왜 이러는 걸까. 적당히 타협하고 협상해서 덮고 가도 될 것 같은 일을 왜 내부 총질, 분탕질 소리를 들어가며 밀어붙이다 스스로 위기에 몰리는 상황까지 끌고온 것일까.
궁금증을 풀기 위해 얽히고설킨 국민의힘 내부의 권력 구도를 좀 파보자. 우선 윤핵관으로 불리는 의원들의 특징은 이렇다. 모 의원은 같은 지역구에서 부자가 대물림을 하며 국회의원을 지내온 집안 출신이다. 다른 의원도 비슷하다. 아버지가 국회의원을 지낸 지역구에서 떨어져나온 곳이 그의 지역구다. 이곳은 전직 대통령이 출마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한 번도 다른 당에 의원 자리를 내준 적 없는 PK(부산경남)지역이다. 또 다른 의원은 강남 3구에 지역구를 두고 있다. 이들의 지역구를 거론하는 이유는 대통령은 바꿔도 지역구 의원은 바꾸지 않는 곳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서다. 윤핵관과 이준석 대표가 정면충돌한 결정적 이유이기도 하다. 대선과 지선을 거치는 과정에서 삐걱대긴 했어도 봉합된 상태를 유지하던 양쪽의 관계가 파열되기 시작한 것은 이 대표가 ‘공천개혁’을 거론하면서부터다. 음서제처럼 대를 이어온 밥그릇을 건드리겠다고 했으니 가만히 앉아 당할 리가 없다.
둘 사이의 대결국면을 바라보는 유권자들, 특히 국민의힘 지지층은 혈압이 오른다. ‘승장’인 이준석 대표가 누가 봐도 뻔한 방식으로 토사구팽을 당하면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바라보는 여론이 나빠진다는 것은 자명하다. 다음 총선까지는 아직 2년이나 남았다고는 해도, 이준석 없는 국민의힘이 중도층과 젊은층의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자신하는 사람은 드물다. 이대로 가면 국민의힘이 다수당의 위치를 되찾기는커녕 21대 총선보다 더 처참한 패배를 당할 것이라 예언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윤핵관이라고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이들이 무리수를 감행하는 것은 당은 대패해도 자신은 살아남는다는 계산이 깔려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더불어민주당이 전국을 휩쓸던 21대 총선에서도 꿋꿋이 살아남은 윤핵관들이다. 그러니 다음 총선에서도 이들은 공천만 받으면 당선은 따놓은 당상이라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그런데 0선의 새파란 당대표가 공천시스템을 손보겠다니 이게 말인가 당근인가. 원내1당이 아니라 300석을 모조리 국민의힘이 쓸어 담는들 자신이 국회의원이 아니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이쯤 되면 이준석의 정치적 생명을 뒤흔들고 있는 윤핵관의 칼끝이 곧 어디로 향할지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최재형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이준석 대표의 거취와 상관없이 공천개혁 작업에 매진하겠다고 했다. 3일 열린 첫 워크숍에서 혁신위는 2024년 총선 승리를 위해 인재영입, 지도체제, 당원교육, 여의도연구원과 사무처 혁신방안 등 당 개혁방안을 두루 논의했다. 그런데 윤핵관들은 일찌감치 이런 혁신위를 ‘이준석의 사조직’으로 규정하고 이 대표와 운명을 함께할 것이라는 프레임을 짜뒀다. 7일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결정이 내려지고 이준석 대표의 입지에 변화가 생긴다면 윤핵관들은 이를 근거로 최 위원장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윤 대통령보다도 한발 앞서 문재인 정부를 정면으로 들이받은 최재형 위원장의 뚝심은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다. 하지만 상대는 ‘나만 아니면 돼’ 그 자체 윤핵관들이다. 여차하면 윤 대통령조차 내팽개치지 말란 법이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집권부터 탄핵까지의 과정에서 보여준 ‘친박’과 ‘진박’의 행보를 떠올려 보면 윤핵관의 다음 스텝을 내다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듯하다. w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