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분야 대형 M&A 추진 유력
컨크롤타워 정립…회장 승진 점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광복절 복권’으로 경영 활동 족쇄가 풀리면서 ‘뉴삼성’ 혁신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공급망 붕괴와 세계 반도체 산업 대변혁기에 이 부회장의 복권은 크게 대형 인수·합병(M&A) 추진과 삼성 지배구조 개편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대내외적인 거센 도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미래 전략으로 메모리반도체 ‘초격차’ 수성과 2030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달성 목표를 내세웠다. 이를 위해서는 이 부회장의 사업적 결단과 글로벌 무대에서 거침없는 행보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동안 총수 부재로 미뤄왔던 대형 M&A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삼성그룹은 지난 5월 삼성의 미래 준비를 통해 향후 5년간 450조 원을 투자해 반도체, 바이오, 신성장 IT 부문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또 약 8만 명을 채용한다는 계획도 내놨는데 이를 위해 삼성그룹은 하반기 3급(대졸) 신입사원 공채를 이르면 9월부터 진행하기로 했다.
이 부회장 복권으로 120조 원 사내 유보금을 가진 삼성이 반도체 분야에 대형 M&A를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반도체는 국가 중요 핵심산업인 만큼 대형 M&A가 진행되면 각 규제 당국의 반독점 심사와 총수의 신뢰도 등의 평가 요소가 반드시 들어간다. 이는 삼성이 이 부회장의 사법리스크로 적극적으로 대형 M&A에 나서지 못한 배경이다. 이 부회장의 복권으로 삼성이 본격적인 M&A에 나선다면 반도체 설계기업인 영국의 ARM을 비롯해 차량용 반도체 기업인 네덜란드의 NXP, 독일 인피니언 등이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또 바이오나 인공지능(AI), 차세대 통신, 로봇, 메타버스(확장 가상 세계) 등 분야에서 M&A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연내 ‘회장’직으로 승진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4대 그룹 가운데 회장 직함이 없는 총수는 이 부회장이 유일하다. 회장 승진은 사내 주요 경영진이 의결하면 이뤄진다. 연내 삼성의 ‘컨트롤타워 재정립’이 이뤄질 가능성도 크다. 현재 삼성은 2017년 2월 말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미래전략실을 폐지하고 사업지원(삼성전자)·금융경쟁력제고(삼성생명)·EPC(설계·조달·시공) 경쟁력 강화(삼성물산) 등 3개 태스크포스(TF) 체제로 운영 중이나 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구심점이 없어 그룹 차원의 중장기 전략에 속도를 못 내고 있다는 평가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컨트롤타워였던 구조조정본부나 미전실 형태가 아니라 SK그룹의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참고한 새로운 형태의 의사결정기구로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준법위)가 16일 이 부회장 복권 이후 처음으로 정기회의를 열어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도 속도를 낼지 관심이 쏠린다. 현재 삼성은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컨설팅회사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용역을 준 상태다. 삼성 지배구조는 이 부회장 등 총수 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져 있다. 삼성전자의 적대적 M&A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최대주주인 삼성생명(지분 8.51%)의 지분을 삼성물산(지분 5.01%)으로 이전하는 소유구조 변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복권은 됐지만 현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부당 합병 사건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와 관련해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본격적인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하기엔 걸림돌이 많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