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망할 것” 위협 공안에 “우리가 마지막” 절규 청년 화제
결혼·출산 미루는 것으로 저항
중국에서 ‘네이쥐안(內眷)’이라는 단어는 부녀자라는 원래 의미와 더불어 인구 증가가 생산성이나 개선된 혁신으로 이어지지 않는 현상을 가리키는 학술 용어였다. 하지만 현재는 경쟁에 지쳐 피폐해진 젊은이들을 가리키는 유행어가 됐다.
이 유행어는 지난해 중국 명문대 칭화대의 한 학생이 자전거를 타면서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는 모습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불거졌다. 사진은 중국 Z세대에 반향을 일으켰고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선 네이쥐안과 관련한 해시태그가 10억 번 이상 조회되기도 했다.
비아오샹 옥스퍼드대 교수는 “젊은이들은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사회에서 추방될 것이라고 계속 생각하지만, 반복되는 노력에도 스스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며 현 상황을 분석했다.
팡쉬 UC버클리 교수는 “부모님 세대는 사업을 하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기회가 닫히면서 더는 그런 가능성이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청년들의 불안감은 중국 내 소득 불균형에서도 나타난다. 중국은 현재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억만장자를 보유하고 있으나 월수입이 겨우 1000위안(약 19만 원)에 불과한 사람도 6억 명에 달한다. 고용주에 대한 젊은이들의 분노도 커지는 상황이다.
가혹한 제로 코로나 정책도 젊은 층을 압박하는 요소다. 연초 중국에선 반향을 일으킨 영상이 하나 있었다. 상하이에서 한 공안(경찰)이 한 가정에 정부 격리소로 이동할 것을 요구하며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가족 3대가 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위협하자 한 청년이 “우리가 마지막 세대”라며 아이를 가질 계획이 없다고 외친 것이다.
해당 영상은 칭화대 학생 사진처럼 인터넷에 빠르게 번졌고 특히 정부로부터 출산 장려 대상이 되는 젊은 층에 많은 자극을 줬다. CNN방송은 “그간 아이를 낳고 혈통을 이어가는 게 중국의 오랜 전통이자 효도로 여겨졌지만, 오늘날 중국에서 아이를 낳지 않거나 출산을 미루는 건 실망스러운 현실에 대한 저항이자 침묵의 항의 방식이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에서 혼인신고를 한 부부는 760만 쌍으로, 3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동시에 출생률은 1000명당 7.5명을 기록했는데, 이는 공산당 건국 이래 최저치다. 9개 성에서는 인구가 역성장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중국 고위층은 여전히 사태 파악을 못 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후베이성 인민대표대회에선 지도부가 “결혼과 출산을 촉진하기 위해 언론이 독립여성이나 딩크족의 생활방식에 대한 보도를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온라인에서 뭇매를 맞았다.
CNN은 “팬데믹이 지속하면서 젊은 세대의 환멸감도 커졌다”며 “시민들은 국가로부터 명을 받도록 훈련된 냉담한 관료제 앞에 자신의 권리가 얼마나 취약한지 깨닫게 됐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