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국회에서 열린 ‘코리아 디스카운트 극복을 위한 개혁 과제 세미나’에서 황승연 경희대학교 교수는 이같이 주장했다. 상속세가 높아 대주주가 회사의 주가를 낮게 유지하려고 노력한다는 뜻에서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세제를 개편하면 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투자와 고용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실현하지 못한다는 데에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세미나를 주최한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물가 상승에 이어 민간기업 경영 안정을 위해서라도 상속세율 하향 조정이 추가 검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발표를 맡은 황 교수는 “대주주의 최대 관심은 세금이고 소액 주주는 주가”라며 “(대주주가 주가를 낮추려면) 회사의 이익이 많이 나지 않고 연구·개발(R&D)과 기술 개발을 위한 유보금을 쌓지 않도록 노력하는 등 모순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모순을 제거하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은 더는 없다”며 “제거한다면 10년 이내 G7 경제강국에 안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황 교수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직계 상속에 대한 최고세율은 한국이 60%(최대주주 할증과세 적용)로 가장 높다. 우리와 비슷한 일본(55%)은 비상장기업에 한해 취득한 자주식 80%에 대해 납세를 유예해준다는 게 황 교수의 설명이다. 황 교수는 “그렇다 보니 일본에 100년 이상 장수한 기업은 3만 개가 넘지만 우리나라는 한 자릿수”라고 했다.
그는 상속세를 자본이득세로 변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본이득세란 상속을 받은 사람이 상속받은 재산을 처분할 때 발생하는 이익에 대해 세를 매기는 제도다. 황 교수는 “(자본이득세로 변경하면) 높은 상속세를 피하기 위한 기업가들의 편법과 모순적 행위들의 원인을 제거할 수 있다”며 “기업 경영의 정상화를 꾀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주주와 (일반) 주주들의 이해를 일치시킬 수 있다”며 “우리나라의 징벌적 상속세가 존재하는 한 이 리스크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를 맡은 임동원 한국경제원 연구위원도 “부진한 국내 경제를 살리기 위해 일자리 유지 및 창출이 중요시되는 현재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징벌적 상속세는 장애 요인”이라며 “기업 승계는 단순한 부의 대물림이 아니라 기업의 존속 및 일자리 유지를 통해 국가 경제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했다.
임 연구위원은 “국제적으로 높은 상속세율은 중소, 중견기업의 활성화 및 대기업으로의 성장이라는 선순환을 위해 OECD 평균 수준인 30%까지 인하돼야 한다”며 “최대주주 할증관세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이미 주식에 포함돼 있어 실질과세원칙에 위배돼 폐지하는 게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 상속세 폐지 외에도 금융소득종합과세 손질과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배당소득에 대한 세율이 여전히 49.5%라면 회사 내에 좋은 재투자 기회가 없을 때에도 지배 주주들은 사업을 통해 번 돈을 배당으로 주주에게 돌려주는 것을 꺼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배당소득에 대한 분리 과세가 이뤄지더라도 여전히 지분율 100%가 아닌 상장기업 지배주주 입장에서는 지분율에 비례한 배당 대신 급여,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해 회사로부터의 이익을 회수할 요인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면 기획재정부 재산세제과장은 “내부적으로 상속세를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법의 전반적인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라 하반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거나 연구용역을 맡기는 것도 고민 중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