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지난 5월 4.5%에서 5.2%로 크게 올려 잡았다. 올해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7%에서 2.6%로 소폭 낮췄다.
한은은 25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5.2%로 제시했다. 실제로 올해 5%대 상승률이 현실로 나타나면, 1998년(7.5%) 이후 24년 만에 최고 기록을 쓰게 된다.
한은이 이처럼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큰 폭으로 올린 것은 이미 6%를 넘은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사상 최고 수준인 4%대 기대인플레이션율, 국제 유가와 곡물 가격 불안 등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5∼6%대의 높은 소비자 물가 오름세가 내년 초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확산 억제와 고물가 고착 방지를 위해서는 지속적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물가 정점의 경우 지난달 예상했던 ‘3분기 말∼4분기 초’보다 앞당겨질 가능성이 나왔다.
이 총재는 “지난 2개월여간 국제 유가가 큰 폭 하락해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월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정점은 7월 전망보다 당겨질 수 있겠지만,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물가 정점을 지난 후 (흐름이) 안정될 것으로 보는 것은 곤란하다”라고 덧붙였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수정 경제전망은 특히 올해와 내년 물가 전망치가 예상보다 크게 상향 조정된 점이 특징”이라며 “올해 연간 5.2% 물가상승률은 결국 남은 8~12월 평균 물가 상승률이 5.9%가 된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특히 휴가시즌과 추석 계절성까지 고려해 8~9월 물가상승률을 6% 중후반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한은은 내년에는 물가상승률이 3.7%로 올해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지난 5월 전망치인 2.9%보다는 0.8%p 높여 잡았다. 한은의 물가안정목표 2%도 훌쩍 뛰어넘는 높은 수치다.
이날 김웅 한국은행 조사국장은 “물가 상승률이 3%대 미만으로 떨어지는 시점은 내년 중반을 넘은 시기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내년 물가 상승률을 3%대 중반으로 제시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2%대 수준까지 확인하기는 상당 시간이 소요될 수 있고, 그만큼 내년까지 매파적 기조가 유지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한은은 최근 국내외 여건변화 등을 반영해 경제성장률(GDP 성장률)을 올해 2.6%, 내년 중 2.1%로 하향 조정했다.
김웅 조사국장은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둔화 가능성,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에 따른 유럽 성장률 1∼2%p 하락 가능성,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 등에 따른 중국 경제 불확실성을 주요 경제 하방 요인으로 반영했다”라며 “글로벌 경기 둔화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하반기 이후 우리나라의 성장 흐름도 약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올해와 내년 중 각각 370억 달러, 340억 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5월 전망(700억 달러, 680억 달러)보다 눈높이가 크게 낮아졌다. 지난해 4.9%였던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은 올해 2%대 초반, 내년 중 2% 내외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5월 올해 민간소비 성장률은 3.7%에서 4.0%로 0.3%포인트(p) 높여 잡았다. 소득여건 개선과 일상회복 지속 등에 따른 수요 회복세가 예상보다 강하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