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책 ‘얼굴 없는 검사들’을 펴낸 최정규 변호사는 이 같은 물음을 던지며 그간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한 검찰의 행태를 고발했다. 그러면서 “비대해진 검찰 권력을 슬림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검찰 권한의 핵심인 기소권에 대한 통제 장치를 만드는 것이 검찰개혁의 출발”이라고 덧붙였다.
19일 오후 서초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최 변호사는 검찰의 역할이 시민들의 죄를 추궁하는 게 아닌 시민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쪽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검찰은 나쁜 사람을 잡아들이는 일보다 그 과정에서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일에 몰두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지난해 사법부의 부조리를 고발한 책 ‘불량 판결문’을 통해 명성을 얻었다. 그는 이번에 검찰을 권력자에서 다시 시민의 품으로 돌려놓겠다는 포부로 이 책을 펴냈다. 최 변호사는 “무엇보다 시민들이 검찰의 높은 문턱에 좌절하는 것이 아닌 쉽게 검찰 서비스를 이용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책 ‘얼굴 없는 검사들’에는 시민들이 검찰에서 자신의 권리를 당당하게 행사하는 방법이 서술돼 있다. 그의 말처럼 고소장 작성, 구술고소 제도, 방문조사 요청 등은 누구나 검사에게 요청할 수 있는 당연한 권리다. 최 변호사는 “시민들을 위한 검찰개혁은 거창한 제도 변화가 아니라 소소하게 보일지라도 시민들이 직접 느낄 수 있는 변화, 내가 손님이 아니라 주인이라고 느낄 수 있는 작은 변화”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사회적 이목이 쏠린 거악을 척결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 사회를 구성하는 절대 다수는 이름 없는 시민들이다. 검찰은 이름 없는 시민들의 소소한 문제들에 더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령 서울남부지검의 경우 형사부보다는 언론의 관심이 집중된 금융조사부에 더 많은 인력이 투입돼 있다. 그래서 형사부는 상대적으로 격무에 시달린다. 이렇게 되면 미제 사건이 더 많이 발생하고, 시민들의 삶은 더욱 고통스러워진다”고 밝혔다.
최 변호사는 책에서 자신을 ‘변호사 겸 활동가’라고 소개한다. 그는 “변호사에게는 활동가로서의 정체성이 되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 변호사와 활동가가 회의하면, 활동가들은 적극적으로 의견을 펼친다. 하지만 일부 변호사들은 팔짱을 끼고 이건 이래서, 저건 저래서 안 된다고 한다. 대법원 판례는 금과옥조가 아니다. 잘못된 판례일 수도 있다.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를 숙지하되, 그 판례를 어떻게 깨야 하는지에 관한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사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검찰개혁에 대한 질문에 최 변호사는 “검찰개혁은 정치인의 손에 맡길 수 없고, 검찰은 스스로 개혁될 수 없는 조직이다. 검찰개혁은 시민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검찰개혁을 위해 시민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그는 “검찰에 가서 주눅 들 필요가 없다. 시민으로서 내가 누려야 할 권리와 제도에 어떤 게 있는지 공부하고, 그것을 당당하게 요구하는 거다. 개혁은 나에게 어떤 권리가 있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답했다.
‘불량 판결문’과 ‘얼굴 없는 검사들’에서 각각 판사와 검사의 부조리를 고발한 최 변호사. 그에게 세 번째 책은 변호사에 대한 부조리를 쓸 것인지 질문했다.
그는 “나도 그걸 쓰고 싶은 마음이 있다. 시민들은 변호사에 대한 불만도 엄청 많다. 변호사가 검사랑 유착해서 징계를 받은 예도 있으니까. 시민들이 변호사를 활용하는 방법을 전하고 싶은데, 이를테면 ‘녹음 속기 제도’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녹음 속기 제도란 재판 내용을 모두 기록하는 것이다.
최 변호사는 “송사에 휘말렸을 때, 일반 시민들의 경우 직장 때문에 매번 재판에 참여할 수 없으니까 변호사에게 오늘 변론 어떻게 했는지 녹음 파일을 보내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변호사들은 의뢰인에게 이런 제도가 있다는 걸 말하지 않는다. 자신이 법정에서 어떻게 변론했는지를 숨기고 싶어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어떤 변호사가 좋은 변호사인지, 내가 어떻게 하면 제대로 된 법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지 아는 것은 삶에서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