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전 상주 이어 이태원 덮친 '압사 참사'...비극 막는 건 '예방·질서' 뿐

입력 2022-10-30 14:03 수정 2022-10-30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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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30일 새벽 경찰들이 사고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소방당국은 이날 압사사고로 146명이 사망하고 150명이 부상당했다고 밝혔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30일 새벽 경찰들이 사고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소방당국은 이날 압사사고로 146명이 사망하고 150명이 부상당했다고 밝혔다. 조현호 기자 hyunho@ (이투데이DB)
지난 29일 밤 10시 15분경 서울 이태원에서 최악의 압사 참사가 발생했다. 이태원역 1번 출구로 나와 해밀톤호텔을 오른쪽으로 끼고 이태원 세계음식거리로 진입하는 폭 4~5m가량의 좁은 경사로에서 압사 사고가 발생하면서 151명이 사망하고 82명이 다치는 대형 비극이 벌어진 것이다. 사망자 다수는 20대로 알려졌다.

국내 압사 사고가 처음은 아니다. 1992년 서울 송파 올림픽공원 내 체조경기장에서 뉴키즈 온더 블록 공연 도중 압사 사고로 당시 고등학생 1명이 사망했다. 2005년 경북 상주운동장 콘서트 입장 도중 벌어진 압사 사고 규모는 조금 더 커 11명의 시민 목숨을 앗아갔다. 전문가들은 압사 사고를 막는 방법은 '예방과 질서’라고 강조했다.

이태원 압사 참사, 좁고 경사진 언덕길 사고 키워

이번 압사 참사가 벌어진 곳은 이태원로 173에 위치한 좁고 경사진 언덕길이다. 도로 폭이 4~5m밖에 되지 않는 데다가 경사가 져 있다. 인파가 몰려들 경우 위쪽에서부터 사람들이 떠밀려 내려오는 구조가 된다. 한 사람이 넘어질 경우 다른 사람들이 도미노처럼 연이어 쓰러질 수 있고, 위에서 아래쪽을 짓누르는 형세의 압사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이번 참사에서도 아래쪽에 깔린 사람이 빠져나가는 게 쉽지 않았다. 언론에 공개된 시청자 제보 영상에는 29일 밤 11시 30분경 현장에 출동한 119 소방대원이 맨 아래에 깔린 사람을 양손으로 부여잡고 몸에 반동을 주면서 강력하게 끌어내 보려 하지만 속수무책인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압사 사망의 주요 원인은 흉부와 상복부가 심하게 눌린 상태에서 발생하는 호흡 곤란과 그로 인한 심정지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30일 오전 YTN 굿모닝와이티엔에 출연해 “최대한 빨리 호흡을 원활하게 하는 게 생명을 구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고 대표적인 게 심폐소생술”이라고 짚었다. 이때 압박이 심해 갈비뼈가 부러진 경우 폐를 찌를 수 있는 만큼 전문가의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

사람 몰릴 땐 ‘예방과 질서’ 가장 중요

압사 사고를 막는 유일한 방법은 ‘예방과 질서’다. 아픈 교훈을 남겼던 대표적인 사고가 2005년 10월 경북 상주에 위치한 시민운동장에서는 벌어진 압사 사고다. 당시 콘서트를 보려던 시민 1만여 명이 한꺼번에 출입구로 몰려들면서 11명이 사망하고 7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고 2년 뒤인 2007년, 이경원 당시 대구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응급의학교실 교수는 논문 ‘상주 시민운동장 압사 사고의 임상적 고찰’에서 “군중몰림에 의한 압사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행정당국, 경찰, 소방, 병원 등 다양한 기관의 협조 및 사전 계획이 중요하다”고 썼다. 고정된 장애물을 치우고, 출입문을 여러 곳 확보하고, 병목현상을 최소화하라는 등의 구체적인 대책도 담겼다.

이태원 압사 참사처럼 특정한 행사 주최 측이 없이 군중이 밀집한 경우라면 시민들의 안전 의식이 한층 더 중요해진다. 논문에서도 “음주 제한 및 단속하기, 질서 있게 줄서기” 등을 언급했다. 현장을 통제하는 주최측이나 담당 요원이 없다고 하더라도 군중이 밀집한 공간에서는 음주를 자제하고, 줄을 서고, 차례로 이동하는 등 기본 안전 수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행정안전부 역시 가을철 사람이 많이 몰리는 야외 행사를 대비해 “공연이나 체험 등 행사에 참여할 때는 줄을 서서 차례로 이동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다만 이번 참사는 팬데믹의 사실상 종식 이후 처음 맞는 핼러윈 데이에 벌어진 만큼, 이태원으로 몰려들 인파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었던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상인회 등이 공동으로 '일방통행' 등 사고 예방 대책을 세우고 실천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서울경찰청은 수사본부를 구성해 이태원 일대 업소들이 안전조치 의무를 다했는지를 비롯한 구체적인 사고 경위를 수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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