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업계 러시아 탈출 영향
자체 개발·생산 나선 상태지만 상황 녹록지 않아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5월 러시아 자동차 생산량은 전년 대비 최대 97% 감소하며 올 들어 가장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올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서방 자동차 관련 기업들이 러시아 사업에서 잇달아 철수하거나 그 규모를 대폭 축소한 영향이다.
이에 러시아는 5월 자구책으로 구소련 시절 자동차 브랜드인 ‘모스크비치’를 꺼내 들어 자동차산업을 부활시키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일부 자동차 공장들도 제재 여파를 딛고 재가동에 들어가 간신히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생산대수는 여전히 예년에 못 미치고 부품과 기술 부족 등으로 후진적인 자동차를 만들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러시아를 대표하는 라다자동차를 생산하는 아프토바즈(AvtoVAZ)다. 이 회사는 올해 50만 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생산한 자동차들이 에어백이나 ‘잠김방지 브레이크(ABS)’를 비롯해 현재 자동차에 일반화된 각종 시스템이 없어 산업표준과는 거리가 먼 상태라고 WSJ는 지적했다.
막심 소코로브 아프토바즈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자동변속기, 사륜구동, 현대식 엔진과 같은 현대식 자동차의 핵심요소를 갖추는 것은 언젠가 가능하겠지만, 이를 신속하게 해결할 수 없고 상당한 자금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자동차는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 중산층의 상징과도 같았다. 그만큼 러시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투자가 이어졌고,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의 진출도 이어졌다. 그 결과 러시아 내 승용차 수는 지난 20년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러시아 자동차 보유 대수는 인구 1000명당 328대로 미국의 406대를 추격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침공은 수십 년간 이어져 왔던 서방의 투자와 노하우를 무효화하고 산업 전반에 긴 조정을 예고하고 있다고 WSJ는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