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세금 부담’ 등 영향 미쳐
“분양권 하락…주택시장 내림세로”
올해 서울 아파트 분양권·입주권 거래절벽이 심화하고 있다.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로 매수 심리가 꺾이면서 투자 수요가 높은 분양권 시장도 타격을 입은 것이다. 수백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던 주요 인기 단지에서도 분양가보다 저렴한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이 속속 등장하며 하락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8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분양권(입주권 포함)은 올해(1~10월) 들어 56건 거래됐다. 이는 지난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역대 최저치로 8월에는 한 건도 거래되지 않았다.
서울 아파트 분양권은 2019년만 하더라도 월평균 176건 넘게 거래됐지만 2020년부터 거래 감소세가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거래량은 총 263건으로 전년(894건) 대비 70.6% 감소했다.
분양권 거래 시장이 위축된 이유는 전매제한이 길어진 탓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2020년 9월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및 성장관리권역과 지방 광역시 도시지역의 민간 택지 전매제한 기간을 기존 6개월에서 소유권 이전 등기일까지로 연장했다.
이어진 12·17대책에서 전국 36개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추가 지정하면서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인 곳이 111곳에 이르게 됐다. 현재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은 조정대상지역에서는 최대 3년,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최대 5년으로 규정돼 있다.
영등포구 대림동 A공인 관계자는 “입주 시점이 다가오면서 중도금 대출 이자 등 자금 융통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아파트 분양권 양도소득세율이 오르면서 분양권 매도자들은 물건을 거둬들이고 있고, 매수자 역시 치솟은 분양권 웃돈과 세금 부담 때문에 선뜻 매수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무피(무 프리미엄)는 물론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북구 미아동 ‘북서울자이 폴라리스’ 전용면적 59㎡형 입주권은 올해 6월 6억3229만 원에 거래됐다. 이는 같은 해 1월 동일 면적형이 7억5000만 원에 분양된 것에 비하면 1억1700만 원가량 낮은 금액이다.
역대 최고 분양가로 관심을 끌었던 송파구 오금동 ‘송파 더 플래티넘’은 전용 66㎡형 분양권이 13억3000만 원에 매물로 등장했다. 앞서 1월 전용 65㎡형 분양가는 13억3340만~14억7260만 원 수준이었다.
전문가들은 분양권시장이 부동산 경기의 선행지표인 만큼, 당분간 부동산 경기가 하락세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전매 제한이 길어진 데다 매수세가 꺾이면서 분양권 시장이 당분간 하락 국면이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기존 주택시장보다 예민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분양권 가격이 하락하면 부동산 경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