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상한제’ 아랑곳 않는 러시아, ‘그림자 유조선단’ 꾸렸다

입력 2022-12-04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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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권, 5일 ‘배럴당 60달러’ 유가 상한제 발효
러, 제재 우회 위해 100척 이상 유조선 확보
제재 실효성 의문

▲10월 11일(현지시간) 러시아 남부 노보로시스크 항구의 셰스카리스 터미널에 유조선이 정박해 있다. 노보로시스크(러시아)/AP연합뉴스
▲10월 11일(현지시간) 러시아 남부 노보로시스크 항구의 셰스카리스 터미널에 유조선이 정박해 있다. 노보로시스크(러시아)/AP연합뉴스
서방의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러시아가 상한제를 포함해 원유와 관련한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대규모로 ‘그림자’ 선단을 꾸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현지시간) 해운중개업체 브레이머의 분석을 인용해 러시아가 올해 외국 유조선 100척 이상을 직간접적으로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리스태드도 러시아가 전 세계적으로 원유 금수 조치를 받고 있어 서구권 정유사, 보험업체와 전혀 거래하지 않는 이란과 베네수엘라로부터 올해 유조선을 직접 구매하거나 재배치하는 방식으로 103척을 추가했다고 밝혔다.

그림자 선단의 구축과 거래 방법은 여러 가지다. 2020년 미국 재무부 보고서에 따르면 깃발을 바꾸거나, 송신기를 끈 후 바다 한가운데에서 구매자와 접선해 원유를 거래하는 방식을 취한다. 또 선박 이름을 바꾸고 문서를 위조해 소유주를 은폐하는 형태를 취하기도 한다. 그림자 선단의 거래에 익숙한 바이어들은 보험 없이도 원유를 운송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그림자 선단의 규모가 커지면서 해운업계가 사실상 서방이 중심이 된 ‘주류’ 선단과 대러시아 제재를 따르지 않는 이란, 베네수엘라 등이 중심이 된 ‘그림자 선단’으로 양분됐다고 지적했다.

▲15년 이상 노후화 유조선 평균 가격 추이. 단위 100만 달러. 11월 5200만 달러. ※200만 배럴 선적 유조선 기준.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15년 이상 노후화 유조선 평균 가격 추이. 단위 100만 달러. 11월 5200만 달러. ※200만 배럴 선적 유조선 기준.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이 영향으로 노후 유조선 거래가 급증하면서 가격도 가파르게 뛰었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15년 된 200만 배럴 원유 선적이 가능한 유조선의 평균 가격은 최근 6개월 새에 37% 급등한 5200만 달러(약 677억 원)를 기록했다. 심지어 지난해 1700만 달러로 평가됐던 그리스의 22년 된 선박은 올해 두 배에 달하는 3200만 달러에 팔리기도 했다.

유럽연합(EU)은 2일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을 배럴당 60달러에 정하는 데 합의했다. 이에 따라 당장 5일부터 배럴당 60달러 이상에 거래된 러시아산 원유는 해상 보험과 운송 서비스를 적용받을 수 없게 된다. 미국을 포함한 주요 7개국(G7)과 호주도 동참하기로 했다. 러시아가 그간 주로 해외 유조선을 통해 원유 운송을 해왔다는 점에서 상한제는 타격이 큰 조치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러시아가 주류 해운사와 보험사를 거치지 않고 거래하는 ‘그림자 선단’ 활용으로 전략을 바꾸면서 제재 실효성에도 물음표가 생기고 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금수 조처가 내려진 이란과 베네수엘라와 달리 러시아산 원유는 새로운 규제가 발효되더라도 여전히 합법적으로 사고팔 수 있다. 러시아산 원유 가격이 상한선을 넘겨도 구매자가 보험과 같은 안전망이 없는 상태를 감수하면 여전히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제재 자체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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