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네이버, 카카오 등 거대 유통 플랫폼에 규제를 가하는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주도로 추진되는 가운데 정작 규제 논의에는 소비자 후생이 빠져있다는 지적이 학계와 법조계로부터 나왔다.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규제가 과도해지면 자칫 혁신과 서비스 발전으로 얻게 되는 소비자 후생이 침해될 수 있으니 심사지침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주진열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8일 소비자정책 감시단체 컨슈머워치와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 공동주최로 국회 의원회관 제7 간담회실에서 열린 ‘소비자 중심의 온라인 플랫폼 현황 및 과제’ 정책 토론회에서 “소비자 후생 관점에서 보면 공정위가 추진하고 있는 플랫폼 규제는 적절하지 않다”라고 주장했다.
최근 미국, 유럽, 중국 등지에서 소비자 후생기준 폐지를 전제로 추진하는 플랫폼 규제법안 모델을 모방하면 종국적으로 산업발전을 저해시켜 결국은 소비자들의 후생을 침해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주 교수는 “유럽의 플랫폼 규제 동향을 보면 소비자 후생을 침해하거나 그대로 플랫폼 그 자체가 나쁘다고 해서 규제하는 것이 아니다. 약 130조 원 규모의 유럽 플랫폼 대기업 10개를 2030년까지 육성시키기 위한 자국 플랫폼 육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라면서 “해외 플랫폼 규제를 추종해 네이버, 쿠팡, 카카오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 그 결과로 소비자 후생 기준이 폐지되는 명약관화”라고 주장했다.
심재한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본적으로 온라인 플랫폼은 소비자의 효용을 굉장히 높여주는 기능을 한다고 볼 수 있다”면서 “거래비용을 감소시켜 필요한 재화나 서비스 관련 정보의 수집과 이를 제공하는 공급자를 찾는 데 드는 비용이 절감됐다. 사업자들 간 가격 경쟁 유발돼 결국 가격이 낮아져 소비자들의 후생이 증진되는 측면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심 교수는 “지금껏 올라온 규제 법안들을 보면 소비자 보호와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표지에는 달았지만, 사실은 거리가 멀다. 가령 온라인 플랫폼의 PB 상품을 규제하는 것은 (제조사 등) 경쟁자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 될 수밖에 없어서 소비자 분쟁에 있어서 후퇴”라고 봤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임영균 광운대학교 경영학부 명예교수는 “공정위 대책은 긍정적, 부정적 측면을 모두 가지고 있다”며 “판매자에 대한 보호가 반대로 소비자 합성 측면에서 봤을 때는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날 우려가 있고, 반대로 소비자 후생을 강조하다 보면 소위 불공정거래 행위 부분도 간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 교수는 “외국 기업의 경우에는 정부에 의한 외부 규제 또는 외부 지배가 이뤄지기 전에 스스로 자율 규제 또는 자기 지배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고, 이제 시민단체, 학계와 공동으로 여러 가지 위원회 등을 구성해 통합적인 관점에서 다뤄질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하명진 한국온라인쇼핑협회 정책실장은 “공정위의 심사 지침 추진은 현 정부의 자율 규제 정부 기조에 반한다. 인수위 시절부터 민간 주도의 자율 규제 및 자율 규제 기구의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했는데 플랫폼 정부를 표방하는 정책과 부합하는지 의문”이라며 “또 아직 사법부에서 판단이 명확히 서지 않은 상황에서 단순히 공정위의 조사 결과로만 추진되는 건 자칫 국회 입법 권한을 침해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이날 토론회는 ‘카카오 먹통’ 사태로 온라인 플랫폼 독점 규제안이 속도가 붙은 것을 계기로 21일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이 공정위 전원회의 안건으로 다뤄질 예정인 가운데 열렸다. 주 교수, 심 교수가 발제와 발표를 하고, 토론에 임 교수, 하 정책실장과 함께 조영기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