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로 M&A 시장에 부는 한파가 매섭다. 매물은 넘쳐나지만, 선뜻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 업계에서는 “딜이 사라졌다”는 말이 나온다. 내년 시장도 어둡다.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는 데다 높은 금리를 줘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기업들은 ‘생존’ 자체가 목표가 됐다.
◇거래 불발·재협상·잠정 연기…매물 쌓여가는 M&A 시장=11일 금융정보업체 딜로직(Dealogic)이 이투데이에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 M&A 규모는 496억5400만 달러(약 65조9077억 원)로 집계됐다(11월 22일 기준). 코로나발(發) 경제 위기가 전 세계를 집어삼켰던 2020년(481억8800만 달러·약 63조9619억 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역대급 호황을 누렸던 지난해(927억1800만 달러·약 123조683억 원)와 비교하면 46.4% 줄었다.
거래가 기약 없이 미뤄지거나 무산되는 상황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1월부터 추진된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의 한국과 일본 버거킹 사업 매각도 원매자들의 외면을 받았고, 새 주인을 찾던 KDB생명과 한온시스템도 시장에서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올해 M&A 시장 최대어로 꼽혔던 구강 스캐너 전문 기업 메디트의 인수전도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우선협상을 진행하던 GS-칼라일 컨소시엄과의 계약이 최종 불발되면서 MBK파트너스가 새로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몸값도 당초 3조 원에서 2조 원대 중후반까지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와 취리히 크레디트스위스 본사 건물도 인수 거래가 결렬됐고, 메가스터디교육과 카카오모빌리티도 매각이 불발됐다. 롯데카드와 에이블씨엔씨 역시 인수자를 기다리고 있다.
◇악성 기업 및 사업부 쏟아진다=내년에도 적잖은 기업들이 M&A 시장에 쏟아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계기업은 2021년 말 기준 3572곳이다. 2017년 3111개 보다 14.8% 늘었다. 이른바 ‘좀비기업’으로 불리는 한계기업은 3년 연속 영업이익이 이자 비용에도 못 미치는 기업을 말한다. 지난해 말 전체 기업(외부감사 수감 기업) 가운데 14.9%가 여기에 해당했다. 중소기업은 100곳당 16곳, 대기업은 12곳꼴로 각각 한계기업으로 분류됐다.
경기가 어려워질수록 부실기업 내지는 부실사업들이 매물로 쏟아질 가능성도 크다. IB 업계 관계자는 “금리 상승으로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늘고 있다. 부도 위기에 빠진 기업들이 M&A를 통해 회생 기회를 얻으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기업 환경도 녹록지 않다. 경기 둔화, 환율과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고물가 등으로 기업 대출이 늘어난 상황에서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 상승까지 겹쳐 있다. 지난해 8월 이전엔 연 0.5%였던 기준금리는 1년 3개월 만에 2.75%로 뛰었다. 또한 한계기업이 비은행 금융기관에서 조달한 차입금은 2019년 42조2000억 원에서 2021년 53조3000억 원으로 급증하는 등 코로나 유행 중 위험 신호도 감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