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침범 의혹엔 "오지 않은 건 확신" 일축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영공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에 대해 군이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여야는 군의 북한 무인기 격추 실패를 지적하면서도 전·현직 정부의 책임을 놓고 공방전을 벌였다.
이 장관은 28일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 출석해 “어제 작전본부에서 두 차례에 걸쳐 국민께 송구한 말씀을 올렸고 오늘도 마찬가지”라며 “국방부 장관으로서 북한 무인기 도발 상황에 대응하는 작전의 결과에 대해 국민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북한 무인기가 영공을 침범했다는 사실을 26일 낮 12시 10분에 보고를 받고, 12시 12분에 윤석열 대통령에게 즉시 전화로 보고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무인기가 용산 대통령실을 상공한 게 아니냐는 관측에 대해 “용산까지는 오지 않은 건 확신한다”며 “단계별로 감시자산들에 의해서 확인이 된다”고 논란을 일축했다.
여야는 이번 사태의 원인을 두고 공방전도 이어갔다. 국민의힘은 전임 문재인 정부에 책임을 돌렸고, 더불어민주당은 현 윤석열 정부의 대북 경계가 안일했기 때문이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간사인 신원식 의원은 “문재인 정권의 잘못된 안보 정책의 참담한 성적표가 배달됐다”며 전임 정부가 지난 2017년 6월 강원도 인제에 북한 무인기 추락 사건 이후에도 추가 대책 등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성일종 의원도 “(9·19 군사 합의로) 서부전선 비행 금지 구역에 드론을 못 띄우게 돼 있지 않나”라며 “감시 자산을 설치할 수 없는 원죄가 어디에 있나”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설훈 민주당 의원은 사건 당일 윤 대통령이 ‘확전을 각오하고 무인기를 북에 올려보내라’고 지시하고선 지방 4대 협의체 회장단과 용산 대통령실에서 송년회를 겸한 만찬 간담회를 했다고 지적하고, “대통령께서 전투복을 입고 벙커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어야 상식에 맞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같은 당 김영배 의원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12시에 직접 보고를 받았는데도 대통령실에서는 국민에게 아무런 보고를 하지 않았고, (윤 대통령은) 만찬을 하시면서 반주까지 했다”며 “도대체 이 정부가 안보에 대해서 책임감을 갖고 있는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군은 강경 대응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종섭 장관은 “우리 일방만 지킨 합의, 9·19 합의는 더는 무의미하므로 당장 파기해야 한다고 본다(임병헌 의원)”는 질의에 “북한의 선의에만 의존하는 그런 방향은 잘못됐다고 보고 우리가 억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능력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도발 수준에 따라 9·19 군사합의에 얽매이지 않고 공세적으로 맞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이 장관은 올해 10월 국방부 국정감사에서도 “북한은 합의사항을 준수하지 않는데 우리만 준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북한의 도발 강도를 봐가면서 9·19 남북 군사합의 효율성을 검토할 것”이라고 답변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