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등 국내 거주 외국인들의 범죄 행위가 다문화사회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내국인이 저지르는 범죄와 비교하면 적은 수치지만 범행 수법과 방식, 외국인이 내국인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른다는 인식까지 더해지면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국내에서 범죄를 저질러 입건된 외국인은 매년 3만 명을 넘는다. 2019년 4만 명에 근접하던 외국인 범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국내 거주 외국인 수가 감소하면서 2021년부터는 다소 줄어들었다.
외국인이 자행하는 살인과 강도 등 강력범죄 건수는 많지 않지만 사기와 같은 이른바 ‘지능범죄’는 외국인과 내국인을 가리지 않는다. 내국인을 속여 돈을 전달받는 ‘로맨스 스캠’(Romance Scam)도 그 중 하나다. 로맨스 스캠은 해외나 국내에서 소셜미디어 계정을 만들어 국내 거주 피해자에게 무작위로 연락한 뒤 친밀한 관계를 형성해 금전 대여를 요구하는 범죄를 뜻한다. 통관비, 운송비 등 명목으로 금전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피해자들을 속이는 조직화된 국제 범죄다. 조직원을 관리하는 총책, 피해자와 연락을 주고받는 유인책, 돈을 편취하고 계좌로 조달하는 조달책, 이를 인출해 전달하는 인출책 등 기능을 분담한다.
2017년 나이지리아에서 한국으로 넘어온 C 씨는 로맨스 스캠 조직원들과 함께 이 같은 방식으로 2022년 1~3월까지 피해자 6명에게서 약 5억5782만 원을 받았다. 사기 혐의로 기소된 C 씨는 같은 나이지리아인 D 씨로부터 “현금을 인출해 전달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뿐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체크카드로 현금을 인출해 전달하거나 다른 계좌로 이체했을 뿐 범죄인지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C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의심스러운 사정을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방법을 알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현금을 찾아 제3자에게 전달하거나 지시받은 다른 명의 계좌로 이체하는 행위가 범죄의 일부를 실현하는 행위라는 사실을 적어도 미필적 고의로 인식했다”고 판시했다.
범죄는 선량한 동료 외국인도 노린다. 국내에서 대학원 과정을 밟고 있는 중국 국적 E 씨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중국어 교사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았다. 그는 이 과정에서 같은 중국인 F 씨가 일당 10만 원에 물품대금을 수금해 전달해 달라는 제안을 수락했다. 아르바이트를 구했다는 기쁨도 잠시. 그는 지시에 따라 돈을 받으러 가면서 자신의 행위가 범죄에 연루됐다는 사실을 의심해 “내가 받아야 할 돈이 어떤 돈인지 알려 달라. 사기에 말려들까봐 두렵다”는 메시지를 E 씨에게 보냈다. 법원도 그가 본인 명의 카드로 택시비를 결제하는 등 정황상 불법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