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택지개발 등 지역현안사업과 임대주택 공급을 통한 주거복지를 주창하며 지방자치단체 개발공사가 우후죽순 설립됐지만 정작 임대공급은 중단하고 관내 개발사업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서민 주거복지는 외면한 채 지자체 '수익사업'만 일삼고 있다는 비판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선 지자체장들이 설립하는 지방 개발공사는 이미 오랜 전 설립된 서울시 SH공사를 제외하더라도 경기도시공사, 인천도시개발공사, 대전개발공사, 경남개발공사 등 광역자치단체는 거의 대부분의 지역에서 공사를 설립한 상태다.
특히 개발사업이 풍부한 수도권지역에서는 용인시, 김포시 등 기초 자치단체들도 지방 개발공사 설립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이들 개발공사는 주거복지라는 '염불'보다는 관내 개발사업이란 '잿밥'에만 촛점을 맞추고 있다.
경기도시공사와 인천도시개발공사에 따르면 올 해 이들 양대 지방 개발공사가 공급하는 주택 중 국민임대주택은 단 한 곳의 공급도 없다. 고작 인천도시개발공사가 송도신도시에서 일정 기간이 소요된 후 분양전환이 돼 사실상 판매수익을 얻을 수 있는 공공임대 공급만 한개 단지가 계획돼있을 뿐이다.
심지어 경기도시공사는 분양 아파트와 임대아파트의 브랜드까지 차별하고 있어 빈부간 사회통합을 추진하는 '소셜믹스(Social Mix)'에 전면 도전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도시공사는 분양아파트 브랜드로는 '자연&(앤)'을, 그리고 임대주택 브랜드로는 '참아름'을 사용하고 있어 명칭에서부터 임대아파트임을 분명히하고 있다.
더욱이 경기도시공사는 인터넷 홈페이지에서도 자연앤은 링크가 가능하지만 참아름은 링크조차 불가능해 임대주택에 대한 무관심을 반영하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지자체 공사들의 분양가 '선도 인상'도 갈수록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용인지방공사가 분양한 광교 이던하우스 114.43㎡의 분양가는 기준층의 경우 4억1697만원이며 최고층은 4억2498만원이다.
반면 이보다 앞서 분양한 1188가구 울트라건설 참누리 아파트 유사주택형인 112.29㎡의 경우 기준층 분양가는 4억2821만원으로 책정됐다. 즉 용인지방공사는 분양가 상한제 민간 아파트와 거의 차이가 없는 분양가를 책정한 셈이다.
심지어 인천도시개발공사의 경우 분양가 상한제 물량보다 오히려 더 비싼 아파트를 공급했다. 지난 2월 청라지구에 공급한 웰카운티의 경우 3.3㎡당 1171만원 선의 분양가를 책정했다.
반면 이달 말 분양이 예정된 같은 청라지구 내 분양가 상한제 물량인 한라비발디의 경우 3.3㎡당 분양가는 1085만원으로 공공 아파트를 공급한다는 인천도시개발공사가 무려 3.3㎡당 90만원 가량 높은 분양가를 책정하는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결국 공공기관인 지자체 개발공사의 공급하는 분양 아파트는 분양가 상한제 대상이 아니라는 맹점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더욱이 이들 지자체 개발공사의 경우 충분한 인적 자원이나 기반없이 설립된 경우도 많아 파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인천시 도시개발공사의 지난 2월 말 기준 부채는 2조2575억원으로 납입자본금 1조1979억원의 2배에 이르고 있다. 여기에 1조7600억원의 공사채 발행을 승인받아 연말 쯤이면 총 부채가 최대 4조172억원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이에 따라 지자체 개발공사에 대한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뉴타운과 청계천 개발 등으로 인기를 모은데 힘입어 도지사나 시장, 군수 등 지자체장들도 관내 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무리하게 개발공사를 설립한다는 게 지자체 개발공사 무용론이다.
한 시장 전문가는 "경기지방공사가 임대주택 등 주거복지는 등한시 한 채 민간 업체들이 충분히 진행할 수 있는 뉴타운 사업 등에 뛰어든 것 자체가 넌센스"라며 "국가 공기업인 주택공사와 토지공사는 기능 중복을 이유로 통합하자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지방 개발공사가 난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라고 일침을 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