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를 팔려고 해도 남는 게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토지공사가 건설사들의 유동성 지원 명목으로 실시하고 있는 건설사 보유토지 매입신청 접수결과가 크게 저조한 가운데 정책이 별효과가 없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토공의 토지매입은 역경매 방식으로 진행돼 최저가로 땅을 팔아야 되고 매각대금은 한푼도 받지 못한 채 금융기관 부채 상환용 통장으로 바로 입금되기 때문이다.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토지공사가 건설업계 유동성 지원을 위해 건설사 보유 토지를 매입하고 있지만 건설사들이 땅을 팔기 위해선 금융기관의 부채액보다 낮은 금액을 제시해야 매입대상에 포함돼 건설사들이 등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토공이 지난 10~20일 실시한 3차 주택건설사 보유토지 매입신청에는 총 11개 건설사가 1299억원(21만9230㎡) 16건을 접수하는 데 그쳤다. 이는 당초 토공이 계획한 매입목표액(7000억원)의 18.5%에 불과하다.
특히 이번 매입토지 대상엔 건설사가 지급보증한 시행사 사업부지도 포함돼 363억원 규모로 접수됐으며 면적조건도 1000㎡ 이상에서 600㎡ 이상으로 완화돼 600~1000㎡ 토지매입 신청은 47억원 규모로 접수됐다.
토공 관계자는 "정부의 재정 조기집행과 부동산 경기 회복 등으로 건설사들의 경영사정이 나아지면서 건설사들의 보유토지 매각 신청이 크게 줄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시 말해 주택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돼 주택건설사들이 땅을 팔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건설사들은 마감일까지 기다렸다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땅을 헐값에 팔고 있다고 하소연 하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주택경기가 호전돼서가 아니라 땅을 헐값에 팔아야 되고 매각대금도 한푼 받지 못하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수 없다"며 "현재 건설사들이 헐값에 땅을 팔 정도면 자금난이 심각한 상황이다. 토공이 헐값 매입으로 차입금을 다 갚지 못하는 금액이라 더욱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번 3차 매입신청 토지가 전부 매입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어서 실제 매입규모는 더 줄어들 전망이다.
토공은 앞으로 매입신청을 받은 토지에 대해 현장조사와 적격심사를 거쳐 매입대상 토지를 확정할 계획이다.
한편 토공은 1차 토지매입 때 당초 1조원에 비해 크게 못 미치는 3663억원(23건, 83만5000㎡), 2차 토지매입 때도 7000억원의 절반에 못 미치는 3189억원(19건, 89만3000㎡)에 각각 매입 신청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