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 등급, 6조3060억 원 최대 만기 부담
이달 28일 롯데쇼핑(3500억) ·롯데지주(2000억)
3조450억 비우량 물량도 심각…역대 분기 최대
연초 기관 약발도 안 먹혀…신용스프레드 확대
은행발 시장 불안이 다소 사그라들고 4월이 시작됐지만, 기업들은 2분기에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연내 갚아야 하는 국내 회사채 만기 규모 중 최대 금액이 오는 2분기에 몰려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상가상으로 연초 효과도 끝나고 회사채 시장이 약세로 돌아서면서 기업들의 회사채 차환 발행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2분기 내로 25조2160억 원 규모의 회사채(선순위 무보증)가 만기를 맞는다. 이는 연말까지 남아있는 3분기(17조2820억 원), 4분기(15조8730억 원) 만기액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많은 수준이다. 등급별로는 ‘AA-’ 등급 물량이 6조3060억 원으로 최대 만기 부담을 안고 있다. 이어서 AAA(3조620억 원), AA0(2조9600억 원), AA+(2조2600억 원) 등으로 만기 물량이 몰려있다.
눈에 띄는 부분은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회사채다. AA- 등급 가운데 롯데쇼핑(6600억 원), 호텔롯데(3100억 원) 등 롯데그룹사 회사채 물량이 다수 포함됐다. 당장 이달에만 13일 롯데제과(1000억), 21일 롯데칠성음료(1600억), 28일 롯데쇼핑(3500억)·롯데지주(2000억)이 만기를 맞는다.롯데그룹 계열사는 지난해부터 신용등급 전망이 무더기로 하향 조정되면서 그룹 전체 신용도가 불안감에 떨고 있다.
A급 이하 비우량 기업들의 만기 물량도 문제다. 올 2분기 만기가 도래하는 비우량 회사채 물량은 3조450억 원으로 역대 분기 기준 최대 규모다. 회사채 시장에서 비우량 등급물은 투자자들의 수요가 낮기 때문에 대부분 연 4~6%대 수준의 높은 금리 레벨에서 발행된다. 비우량 기업들의 이자 부담이 최근 고금리 시장 상황과 맞물려 커지는 배경이다. 오는 6월에 만기를 맞는 두산(BBB0) 3년물 회사채는 표면금리가 연 5.651%다.
오는 2분기에 회사채 최대 물량이 도래하는 이유는 과거 2018년 미중 무역전쟁과 2020년 코로나 유동성 기간에 발행했던 3, 5년물의 만기가 일제히 도래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면 새로운 회사채를 발행하는 차환 방식으로 기존 채권을 갚지만, 금융시장의 불안이 커진 현 상황에서는 이마저 녹록치 않다.
여기에 연초 기관들의 약발도 점차 떨어지고 있다. 2월 말부터 회사채 수요예측 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의 심리가 냉랭한 분위기다. GS엔텍은 전날 7000억 원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단 120억 원 규모의 주문을 받는데 그쳤다. GS엔텍은 GS글로벌이 93.1%의 지분을 확보한 곳으로 신용등급은 A 수준이다. 지난달에는 A+ 신용도를 보유한 OCI가 수요예측 결과 민평보다 최대 50bp가량 높은 수준에서 매수 주문이 들어오며 약세 발행했다.
실제로 신용스프레드는 확대 기조를 이어오는 중이다. 지난 3일 기준 크레딧스프레드(국고채-회사채 차이)는 80bp대로 지난달 중순 60bp 선을 저점으로 확대 반전한 뒤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다. 차환 발행이 쉽지 않은 기업들은 자사 보유 자금을 조달해 만기가 도래한 회사채를 상환해야 한다.이러한 경우 기업들의 자산건전성과 유동성은 악화할 수 있고, 신용등급 강등에 직면하는 기업들이 또다시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