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바뀐 尹 정부 보도자료 양식

입력 2023-04-10 05:00 수정 2023-04-1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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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윤석열 정부가 부쩍 친절(?)해진 것 같다. 언론과 국민에게 정책을 더 친절하고 쉽게 알려주겠다며 보도자료의 양식을 바꿨다. 기존 보도자료 양식이 보고서 스타일에 가까웠다면 새로운 양식은 기사체 스타일이다. 보도자료는 말 그대로 정부의 정책 등을 보도하기 위한 자료이다. 언론과 국민이 주 수요자다. 수많은 보도자료와 브리핑, 취재 때문에 바쁜 기자도 수혜 대상에 포함되니 고맙게 받아들여야 하나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오마주 : 다른 작가나 감독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특정 대사나 장면 등을 인용하는 일’ 보도자료 양식이 바뀐 일에 대해 후배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한 후배가 박근혜 정부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고 상기시켜줬다. 그랬다, 박근혜 정부 시절엔 보도자료의 아웃 라인을 바꾼 적이 있고 그 양식이 이어져 오던 중 최근에 다시 기사 스타일로 보도자료가 변했다. 지금과 그때의 상황을 보면 비슷한 것 같다. 당시 언론에선 박근혜 정부에 관한 비판 기사가 나왔고 여론도 마냥 좋지는 않았던 거로 기억난다. ‘정책은 좋은데 그 좋은 정책이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란 인식에서 기인한 것 같다. 하지만 이같은 인식은 언론·국민과 차이가 있다. 그때도 지금도 그런듯하다.

훌륭하지 못한 콘텐츠(정책)는 좋은 플랫폼(전달수단)을 만나도 별수 없다. 하지만 좋은 콘텐츠는 플랫폼이 대단하지 않아도 콘텐츠 자체가 지닌 우수성으로 빛을 발하기 마련이다. 한때 신드롬을 일으켰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봐도 알 수 있다. 아무리 화려하게 장식을 하고 예쁘게 포장을 해도 주요리가 허술하면 고객에게 외면당하게 된다. 메인(정책)에 집중해야 한다.

여기엔 또 하나의 큰 문제점이 보인다. 정부가 언론을 기술적으로 통제하려 듯한 인상이다. 1980년대 초중반, 예전의 일이다. TV 화면을 꽉 채우는 시계가 ‘띠 띠 띠 땡’ 하며 9시를 알리면 첫 뉴스가 “전두환 대통령은 어쩌고저쩌고…”가 나왔다. 저녁 9시를 알리는 ‘땡’에 이어 고 전 대통령의 성씨인 ‘전’을 합친 ‘땡전 뉴스’다. 고 전 대통령에 대한 여론을 긍정적으로 만들기 위한 술수로 평가받고 있다.

윤석열 정부도 보도자료에도 이런 정치적 입김을 넣는 것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 신문과 온라인 등 문자로 된 기사를 잘 살펴보면 첫 문장 하나로 기사 전체를 알 수 있다. 첫 문장을 ‘리드(lead)’라고 하는데 기사 작성에 있어서 리드를 쓰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리드에 기사의 핵심을 담고, 그 한 문장으로 독자가 기사를 읽을지 말지 결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리드만 잡으면 기사를 다 썼다’란 말이 있을 정도다.

언론의 중요한 기능은 비판·감시 기능이다. 정부가 잘하면 칭찬하고 못 하면 비판하는 것이 언론이며 그 평가의 핵심이 기사의 첫 문장(리드) 담겨 있단 점에서 리드는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정부가 보도자료를 기사체로 바꾼다는 것은 본인의 정책을 본인이 평가하는 꼴이고 자화자찬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플레이어가 심판도 하겠다는 심산과 뭐가 다를까.

김치와 돼자고기가 있다. 그걸로 김치찌개를 만들어주고 먹으란다. 난 김치와 돼지고기를 구워서 돌돌 말아 먹고 싶은데 말이다. 언론과 국민이 요리하는 수고를 덜어줘서 고맙다며 그냥 윤석열 정부가 주는대로 받아 먹는 게 맞을까, 그리고 그렇게 메뉴를 정해서 ‘그냥 김치찌개 드세요’라고 주는 정부는 옳을까. 정부는 분명 정책을 더 알기 쉽게 전달하기 위함이라고 이유를 들 것이다. 콘텐츠(정책)만 잘 만들면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 국민, 한국 언론의 수준이 정부가 생각하는 만큼 낮지는 아닐 테니 말이다. 그럴 시간에 윤석열 정부의 정책 완성도를 높이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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