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니] 휴대폰 성지 “5G 중간요금제? 처음 들어…무제한 쓰면, 20만원 깎아줄게"

입력 2023-04-12 15:42 수정 2023-04-12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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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신도림·광화문 휴대폰 ‘성지 판매점’ 둘러보니
매장별 요금 다르고 불법 보조금까지 ‘무법천지’
통신비 부담 완화 위해 5G 중간요금제 출시했지만
정작 현장선 “중간요금제 처음 들어봐요” 안내 미미

▲11일 오후 서울 광진구 구의역 인근에 위치한 휴대폰 판매점 전경.  (문현호 수습기자 m2h@)
▲11일 오후 서울 광진구 구의역 인근에 위치한 휴대폰 판매점 전경. (문현호 수습기자 m2h@)

“공시지원금은 얼마 안 되니까 요금제 약정할인 받으시는 게 낫고요. 기기 값은 저희 매장에서 따로 20만 원 빼 드릴게요”

11일 오후 서울 광진구 구의역 인근 휴대폰 대리점. 최근 이동통신사업자가 5G 중간요금제를 앞다퉈 내놓는 가운데 휴대폰 가격을 알아보기 위해 둘러본 대리점에서 직원이 이같이 말했다. 우려했던 고가의 5G 요금제를 강하게 유도하는 일은 없었지만, 대리점 자체적으로 기기값을 할인해 주겠다는 방식으로 휴대폰 구매를 유도했다. 한 마디로 이동통신사가 공식적으로 지원해주는 공시지원금이나 약정할인 외에 휴대폰 가격을 추가적으로 깎아줘 구매하게 하는 것이다. 이 같은 행위는 단말기 유통법(단통법) 제4조(지원금의 과다 지급 제한) 위반에 해당한다.

▲11일 오후 서울 광진구 구의역 인근에 위치한 휴대폰 판매점 전경.  (문현호 수습기자 m2h@)
▲11일 오후 서울 광진구 구의역 인근에 위치한 휴대폰 판매점 전경. (문현호 수습기자 m2h@)

◇여전히 활개치는 불법 보조금 = 다른 대리점도 상황은 비슷했다. 기자가 직원에게 ‘삼성 갤럭시S23’ 기종의 가격을 묻자 옆에 있던 다른 직원에게 “프리(불법 보조금) 얼마 해줘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15만 원”이라는 대답이 나왔다. 이처럼 휴대폰 불법 보조금을 지급하는 일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이 같은 행위는 다른 지역에서도 동일하게 확인됐다. 같은 날 서울 종각역 인근에 위치한 한 휴대폰 대리점에서는 기자가 “5G 폰을 사려고 한다”고 말하자 판매원은 신용카드 할인을 제안했다. 특정 신용카드를 발급해 한 달에 40만 원을 쓰면 기기 값을 50만 원 넘게 깎아주겠다고 제안했다.

썩 내키지 않아 하는 기자의 표정에 판매원은 “아니면 (메모리 종류를) 512GB로 선택하시면 스타벅스 텀블러랑 캘린더가 들어간 에디션을 드릴게요”라며 다른 기기를 권유했다. 고객 입장에서는 월 4000원의 추가 비용을 더 부담해야 하는 선택지다.

또 다른 대리점에서도 안내 책자를 보고 있는 취재진에게 직원이 말을 걸어왔다. 어느 정도 상담을 진행하더니 직원은 “인터넷 통신사를 같이 옮기시면 현금 70만 원까지 지원해드려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사(이동통신사)에서 원래 60만 원 지원해주는데 우리는 10만 원 더 얹혀서 드리는 거예요.”라고 부연 설명했다.

이날 상담을 진행한 대리점 모두 취재진에게 ‘무제한 요금제(가장 비싼 요금제)’와 ‘추가 할인’을 받을 것을 권유했다. 얘기를 나눌수록 이른바 ‘호갱(호구 고객)’이 되어가는 느낌에 휩싸였다.

불법 보조금 지급을 금지하는 단통법이 시행된 지 9년이 지났다. ‘성지 판매점’이라고 불리는 강변역 테크노마트 인근과 신도림 테크노마트, 이통사 본사가 위치해 있는 광화문·을지로 일대 대리점을 둘러본 결과 휴대폰 유통시장엔 여전히 ‘불법 지원금’이 활개를 치고 있었다. 이통3사는 고가 요금제 유지를 명목으로 휴대폰 대리점에 ‘장려금’을 지급하는데, 이를 이용한 ‘편법 할인’ 여전히 근절되지 못한 것이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날 단통법 위반 30개 판매점에 총 1억104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의결했다. 방통위 조사 결과 이들 판매점에서는 단통법 제4조를 위반해 이용자에게 불법지원금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동통신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단속을 강화하는 한편, 유통망의 공정경쟁을 활성화하고 이용자 후생이 증진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11일 오후 서울 광진구 구의역 인근에 위치한 휴대폰 판매점 전경.  (문현호 수습기자 m2h@)
▲11일 오후 서울 광진구 구의역 인근에 위치한 휴대폰 판매점 전경. (문현호 수습기자 m2h@)

◇5G 중간요금제 확대한다지만…현장선 ‘금시초문’ = 단통법 외에도 정부가 소비자 효용을 위해 내놓은 추가 대책들도 실제 현장에선 ‘다른 나라’ 이야기에 불과했다. 지난 달 23일 SK텔레콤이 중간요금제를 개편하고, 이날 LG유플러스도 새로운 중간요금제를 발표했지만 대리·판매점 업계는 금시초문이란 반응이다.

이날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휴대폰 대리점 6곳을 방문해 기자가 직접 상담을 받으며 실제로 요금제 선택의 폭이 넓어졌는지, 5G 요금제에 대한 안내는 잘 이뤄지고 있는지 알아봤다. 확인 결과 실제 대리점 직원이 통신사의 5G 중간요금제 확대를 모르는 경우가 더 많았다. 앞으로 출시되는 중간요금제를 묻는 질문에 한 SKT직영점 직원은 “중간요금제는 이미 나왔고, 그게 24GB짜리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는 지난해 8월 출시된 요금제로, SKT는 현재 5G 중간요금제를 개편하고 내달부터 서비스를 앞두고 있다. 당장 12일부터 확대된 요금제 가입이 가능한 LG유플러스에서만 50GB(월 6만3000원)와 80GB(월 6만6000원) 요금제를 안내받을 수 있었다.

고사양 기기나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엔 가격이 저렴한 4G LTE를 추천했다. A대리점 직원은 “5G는 최소요금제가 8GB, 4만9000원부터 한다. 데이터를 안 쓰면 굳이 높은 요금제 쓸 필요 없다”고 안내하기도 했다.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100기가 이상 요금제의 경우, 5G와 4G LTE 가격 차이가 없었다. B대리점 직원은 “110GB는 4G와 5G 모두 6만9000원이다. 중간요금제가 나왔기 때문에, 가격이 같다면 4G를 쓸 이유가 없다”고 하기도 했다.

최근 삼성에서 출시한 갤럭시 S23 등의 기종은 애초에 5G 요금제만 사용할 수 있었다. 따라서 4G를 선호하더라도 5G를 써야 하는 상황이었다. C대리점 직원은 “LTE는 5만 원짜리가 4GB, 그리고 나서 6만9000원이 100GB다. 그 사이에 요금제가 아예 없다. 왜냐하면 요즘 기계는 다 5G로 만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기자가 이통3사(KT, SKT, LGU+) 대리점을 돌아본 결과 “중간요금제가 새로 나온지 몰랐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당장 12일부터 중간요금제가 적용되는 LG유플러스의 한 대리점 직원은 “오늘 고객님이랑 상담하면서 처음 알았어요”라고 대답했다.

이와 관련해 SK텔레콤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다음 달 출시이다 보니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대리점에는 공지가 내려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곧 회사 차원에서 공지가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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