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36시간 만에 파산한 배경으로 ‘디지털 뱅크런’이 꼽히면서 작은 소문에도 금융시스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
16일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 관련 이해관계가 복잡하다 보니 시장 불안을 조성해 간접적으로 이익을 보려는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면서 “수사기관과 협력해 허위사실 유포 행위를 엄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웰컴과 OK저축은행이 부동산 PF 대출에서 1조 원대 손실이 발생해 지급 정지 예정이라며 잔액을 모두 인출해야 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가 돌았다. 해당 내용은 개인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발송됐고, 이후 SNS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확산됐다. 저축은행중앙회와 해당 은행은 유포자를 고발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금융당국도 이 같은 지라시를 확인한 뒤 30분 단위로 해당 저축은행에서의 예금 인출 추이 등을 살펴보며 비상대기 상태에 돌입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금융사 건전성과 시장 불안에 대한 루머를 집중 감시할 방침이다. 허무맹랑한 거짓 루머나 지라시에 대해서는 발견 즉시 수사기관에 고발해 형사처벌로 이어지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떠도는 정보가 상장사와 관련한 것이거나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일 경우 불공정거래 혐의가 있는지 집중 조사한다. 금감원은 상장사 관련 루머와 관련해서는 주가 불공정 세력이나 공매도 세력이 연계됐을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SVB 사태로 작은 소문에도 금융시스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계심이 커지면서 당국은 엄중 대처를 주문하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4일 “전 세계적으로 금융시장 불안 요인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악의적인 유언비어 유포는 금융시장 불안 및 금융사의 건전성 등 국민경제에 큰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한국에서 SVB와 같은 은행 파산 사태가 벌어지면 미국보다 예금 인출 속도가 “100배는 빠를 것”이라면서 “디지털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