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32% 늘며 50조 가장 많아
원·달러 환율 급등 투자처 인기
최근 원·달러 환율이 하루 만에 7원 가까이 오르면서 연일 연고점을 경신하자 외화를 통한 재테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4대 시중은행들이 확보한 외화예금 규모는 한 해 동안 30조원 가까이 불어났다. 최근 환율 변동성이 큰 만큼 주의해야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4개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지난달 말 기준 외화예수금은 755억3686만 달러(약 100조6604억 원)로 집계됐다. 이 중 달러예금은 잔액은 565억7100만 달러(약 75조3469억 원)로 한 달 만에 5억1000만 달러 증가했다.
시중은행의 외화예수금과 증가율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개 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외화예수금 규모는 133조2669억원으로 전년 대비 28.9%(29조9156억원) 증가했다.
은행별로 보면 같은 기간 하나은행의 외화예수금이 31.8%(12조2327억원) 늘어난 50조7513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우리은행 역시 31조9014억원으로 24.5% 늘었고, 국민은행도 25조7946억원으로 21.5% 증가했다. 신한은행은 24조8196억원으로 38.1% 늘며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시중은행의 외화예수금은 연말 기준 △2019년 72조9502억원 △2020년 85조4740억원 △2021년 103조3513억원 △2022년 133조2669억원으로, 지난해의 경우 전년 대비 증가율이 28%를 기록했다.
지난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급격하게 기준금리를 인상하자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환차익을 노린 투자가 증가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28일 원·달러 환율은 1264.5원으로 전년 말(1188.8원)보다 6.4% 상승했다. 전체 연간 평균 환율은 1292.2원으로 전년 대비 12.9%(147.6원) 올랐다.
지난 2월 1220원대까지 떨어졌던 환율은 불과 2개월여 만에 1330원대를 뚫으며 19% 상승했다. 지난 24일에는 1334.8원에 거래를 마치며 종가 기준 연고점(21일·1328.2원)은 물론 장중 기준 연고점(19일·1329.5원)까지 넘어섰다. 장중 한때 1337.1원까지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환율 상단을 단기적으로 1350원까지 열어둬야 한다고 전망했다. 우리은행은 최근 분기 보고서에서 “비관적인 수출경기 전망 탓에 원화 위험자산에 대한 수요 부진이 우려된다”면서 “환율이 1350원 저항선까지 상승할 여력이 있다”고 진단했다.
은행권은 앞으로 달러 조달 비용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달러 확보에 나섰다. 시중은행의 일반 예·적금 금리가 3%대 초반에 불과한 데 비해 달러를 기준으로 한 외화예금의 금리는 이보다 1%p 높은 4%대 중후반에 달한다. 현재 4대 은행의 주력 달러예금상품의 6개월 만기 금리는 4.54~4.87% 수준이다.
다만 최근 환율 변동성이 큰 만큼 소비자들의 유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외화예금은 해외주식 투자 활용 외에도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환전 수수료와 인출 수수료가 별도로 부과되는 데다 환율 하락에 따른 원금 손실 위험이 뒤따른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달은 국내 기업의 외국인 배당이 집중되기 때문에 평소보다 달러가 많이 빠져나가고 1330원 부근에서 당국이 정책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면서 “환율 변동성에 따라 수익이 좌지우지될 수 있기 때문에 투자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